온 국민을 비탄에 잠기게 만든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총체적 무능을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실질적인 구조활동보다 생색내기에 치중했던 초기 대응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정부는 사건 당일부터 '함정 수십 척과 항공기 수십 대, 잠수사 500~600명을 투입했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구조에 투입된 장비와 인원은 보트 몇 척에 민간잠수사 십수 명에 불과했다.
말로만 '총력을 다하는 구조'의 결과로 실질적인 구조자가 0명이라는 기막힌 현실은 초기의 긴급구조 실패에서부터 예견된 결과였다. 해양경찰 중에서 그나마 심해구조 능력을 갖췄다는 부산의 특수구조단은 자체 헬기나 항공기가 없어 장비를 챙겨 공항까지 이동하고 비행기를 빌려 타 목포비행장까지, 다시 경비함으로 갈아타야만 했다. 결국 사고해역에 도착한 시각은 침몰신고가 접수된 지 5시간이 지난 오후1시42분. 일분일초가 아쉬운 골든타임을 이동하는 데 허비했던 것이다.
미국은 지난 2009년 1월15일 승객 150명을 태운 여객기가 허드슨강에 불시착하는 불의를 사고에 직면했을 때 헬기와 구조선을 급파해 불시착 3분 만에 승객 전원을 구출해냈다. 한국의 해경과 비슷한 조직인 일본 해상보안청은 해상재난이 발생하면 베테랑 잠수사 36명으로 구성된 특수구난대를 항공기와 헬기로 급파해 구조율 96%를 자랑한다.
미국의 해안경비대는 웬만한 국가의 해군을 능가하는 규모와 장비를 갖췄으면서도 주 임무가 구조에 있다. '최초 대응자(The First Responder)'로 불리는 이들은 200여대의 항공기로 어느 지역이든 사고가 발생하면 즉각 투입될 수 있는 즉응체제를 갖추고 있다.
한국의 해경은 안전업무는 뒷전이다. 해경의 지난해 예산 1조572억원 가운데 안전·구조와 관련돼 지출된 예산은 167억원으로 1.6%에 불과하다. 인사구조 역시 해상근무 경험이 없는 간부 중심으로 짜여 있다. 업무 역시 해경이 '육경'이라고 부르는 경찰조직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해상업무에는 소홀하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감시할 인력은 부족한데 육상 근무인력은 넘치는 구조 역시 비정상적이다.
해경의 방만한 조직과 운영체제로는 재난 대처와 불법 중국 어선 관리는 물론 유사시 해군의 지휘를 받아 해상안보에 나서야 할 업무를 어느 것 하나 수행해낼 수 없다. 해경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권홍우 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