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의 증시 변동성을 일종의 해프닝으로 덮어버리는 긍정의 힘이 확산되고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의 양적완화(QE) 축소 발언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오해와 과민반응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초래했지만 이제 오해는 풀렸다.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존의 느슨한 통화정책 기조를 재확인함에 따라 시장 참가자들의 불안감이 잠재워진 것이다. 양적완화가 조기에 축소될지라도 이를 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의 방증으로 해석하는 낙관론마저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반문해보자. 6월의 변동성은 버냉키와 시장 간의 커뮤니케이션 오해에 불과한 것일까. 커뮤니케이션을 뜻하는 통신(通信)에서 신(信)은 사람 인(人)변에 말씀 언(言)자로 구성돼 있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은 '사람의 말'로 형성되는 믿음이다. 버냉키의 말이 오고 가는 과정에서 시장의 기대와 다른 시나리오가 제기되거나 임기만료를 앞둔 버냉키의 영향력이 감소된다면 커뮤니케이션 오류에 따른 변동성은 6월보다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적어도 지금처럼 모든 시장 참가자가 연준의 스탠스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해석하는 상황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연준의 양적완화 조기축소 의지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실업률이 하락하고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에 근접할 시점인 다음달에 양적완화의 조기축소가 시작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늦어도 연내에는 시작될 것이다.
양적완화 축소의 영향력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양적완화 축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정상적인 글로벌 유동성 환수조치의 1단계에 불과하다. 즉 양적완화의 조기종료를 과거 기준금리 인상기와 동일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상당기간 팽창기조(저금리)가 지속되는 더딘 경기회복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머징시장에 나타날 부정적인 효과도 클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는 수준이지만 이머징국가는 급격한 투자회수를 경험하게 된다.
항상 그랬듯이 변화는 시장 참가자들이 희망에 취해 있을 때 싹을 틔운다. 9월 FOMC 회의는 후임자 선정을 앞둔 버냉키의 마지막 발언대가 될 것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버냉키가 결단을 내릴 수 있다. 시장이 미지근하게 반응할지, 아니면 민감하게 반응해 변동성 팽창을 초래할 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여전히 버냉키의 입을 주시해야 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예단보다 신중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