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호스 SK네트웍스 불참 뜻밖… 롯데쇼핑 유력 후보 급부상

유통업계 지각변동을 좌지우지할 빅딜로 예상됐던 하이마트 본입찰에서 유력한 인수후보들이 잇달아 불참한 것은 뜻밖의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강력한 후보로 지목됐던 SK네트웍스가 의외로 불참을 선언하면서 매각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이번 본입찰에서 SK네트웍스의 불참에 대해 ‘예상밖’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실제로 본 입찰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IB업계에서는 하이마트 인수전이 롯데쇼핑과 SK네트웍스간 양자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왔던 게 사실이다. 롯데쇼핑은 기존 유통망과의 시너지와 자금력이 확고하고 SK네트웍스는 SK텔레콤과의 시너지, 단말기 유통업과의 연계,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카드사업 등에서 충분히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이마트가 이미 전자랜드 인수에 뛰어든 상태이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 관련업계에서는 SK네트웍스는 그리스 등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하이마트 인수전에서 발을 뺀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 자칫 높은 가격에 인수할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유동성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SK네트웍스는 “유로존 금융위기가 장기화되고 있어 글로벌 경기를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불참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신세계와 SK네트워크의 공백은 사모펀드가 대신하게 됐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07년 어피니티가 하이마트 경영권 매각 딜을 추진할 당시 최종 후보로 참여해 GS그룹과 막판까지 겨룬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경우 재무적 투자자(FI)라는 점에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고 게다가 MBK는 웅진코웨이 인수에도 매달리고 있는 만큼 파괴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IB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결국 하이마트를 가져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롯데쇼핑은 하이마트 매각이 결정되기 전에 이미 롯데마트 내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가전매장인 디지털파크를 운용할 정도로 가전유통에 관심이 컸다. 게다가 신세계와 유통 1, 2위를 다투며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3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하이마트를 인수할 경우 유통업계 최강 자리를 유지할 수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롯데의 배팅액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신세계와 SK네트웍스가 막판에 빠져버려 흥행에 실패하면서 인수조건 조율과정에서 더 유리하게 인수하려는 롯데측과 반대 입장에 서 있는 매각측이 이견을 보여 유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하이마트 매각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롯데가 칼자루를 잡은 형국이 됐다”며 “롯데는 적극적으로 유리한 입장에서 인수하기 위해 전략을 구사해 나갈 가능성이 큰데 하이마트 대주주의 입장이 서로 달라 매각측의 의견을 조율하지 못할 경우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