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 "盧대통령, 한·미 정상회담서 약속" 靑 "양국 정상 회담중 논의 일체 없었다" 부인
입력 2006.09.28 19:01:14수정
2006.09.28 19:01:14
이라크에 파병했던 외국 군이 철수를 결정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파병을 연장하는 방안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레바논 사태에도 유엔평화유지군으로 참여하는 방안이 제기돼 파병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는 조짐이다.
28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세미나 오찬 연설에서 “노 대통령이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연장을 약속했다”며 “노 대통령이 ‘우리로선 결정하기 어려웠지만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또 “한국이 ‘레바논 국제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도 피력했다’고 말했다"면서 “한국이 조만간 레바논에 조사팀을 파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청와대는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섰다. 정상간에 오간 내용을 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힐 차관보가 한 얘기는 회담 중 일체 없었다는 것.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이라크 파병을 연장하고 레바논 유엔 평화유지군 참여를 위한 조사팀을 파견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정상회담이나 오찬에서 이런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측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힐 차관보의 발언 공개로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연장, 레바논 평화유지군 참여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 12월31일로 파병기한이 만료되는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 연장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이 없는 상태이지만, 정부내 분위기는 파병 연장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의 경우 유엔은 지난달 11일 헤즈볼라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 지역에 1만5,000명 규모의 평화유지군을 배치하기로 결의하고 한국 등 유엔 회원국에 파병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