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여당의 재건축 개발부담금 도입 방침으로 사업 가능성이 높은 강남권 저층단지들의 사업 추진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남권의 마지막 저층 재건축단지로 꼽히는 개포동 일대 주공아파트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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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아예 번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데 가만 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여당과 정부의 2ㆍ2 부동산대책이 재건축시장에 일파만파를 낳고 있다. 재건축으로 오른 집값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개발부담금으로 환수하겠다는 초강수 앞에 강남권 재건축단지들은 가격하락은 물론 사업포기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시장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에 집착, 특정 재건축에만 형평성을 잃은 과도한 규제를 가하고 있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등 논란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재건축사업 ‘올스톱’=아직 논의 단계임에도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웬만한 대책에도 끄떡 않던 재건축단지 주민들의 반응이 이전의 대책발표 이후와는 사뭇 다르다. 매수문의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고 대책발표 후 며칠 사이 호가가 수천만원씩 떨어지는 등 동요하는 움직임이 역력하다.
일부 재건축 추진단지들은 조합폐쇄 등 사실상 사업을 포기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강남구의 한 재건축 추진단지는 이미 지난달 말 조합대의원회의를 열어 조합폐쇄를 결정했다. 이 조합 관계자는 “총회를 통해 주민 의사를 물어야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사업추진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조합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공식적인 조합폐쇄 결정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이미 몇 달 전부터 대부분 운영을 중단한 채 손을 놓고 있다.
◇강남 재건축 신화 무너지나=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대책은 기존 대책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대책은 단지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수준이었지만 개발부담금제는 아예 사업에 따른 ‘수익’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집마련정보사의 한 관계자는 “개발부담금제 시행은 단 몇%라도 재건축 조합원들의 돈을 직접 환수하겠다는 것”이라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다면 누가 재건축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2ㆍ2대책 이전에도 강남권 중층 단지들은 재건축 수익성이 악화돼 있던 상태다. 대표적인 중층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기존 용적률이 197%에 달하는 반면 재건축 가능 용적률은 210%에 불과하다. 임대아파트까지 지으면 기존 조합원 중 상당수는 아예 평형을 줄여야 할 상황이다.
기존 용적률이 100% 전후로 낮아 상대적으로 사업의 메리트가 컸던 저층 단지들의 사업 추진도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개발부담금 부과로 조합원 부담이 가중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기 때문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개발부담금제가 도입되면 재건축의 가장 중요한 메리트가 없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위헌 둘러싼 논란 가중=개발부담금제를 둘러싼 법리 논쟁도 서서히 가열되고 있다. 유독 재건축에만 개발부담금을 물리는 것은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는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개발이익을 환수하도록 하고 있는데 개발부담금까지 물리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소형의무건립비율, 임대주택 의무건립, 기반시설부담금 등 개발부담금 성격의 규제들이 있음에도 또다시 부담금을 물리는 것은 과도한 중복 규제라는 것이다.
강남권 일부 재건축단지들은 정부가 개발부담금을 신설할 경우 법적 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자연스러운 가격상승까지 환수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입법을 강행한다면 각 단지와 연계해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헌주 주택도시연구원장은 “늘어나는 용적률의 일부를 임대주택으로 짓도록 하는 기존 개발이익환수제는 정부ㆍ지자체가 이를 ‘매입’하는 것이어서 환수제가 아니다”며 “개발부담금제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개인의 재산권이 일부 규제를 받겠지만 ‘공익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인 만큼 법적 시비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