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Story] 홍범준 좋은책신사고 대표

책 내용부터 디자인까지 독자 의견 반영
교육출판업계 절대강자로 우뚝 섰죠



책내기전 1000~2000명 독자 설문
초중고 참고서 우공비·수학문제집 쎈 각각 1000만부 이상 팔리며 대히트
학습만화도 만들어 라인 다양화할 것


홍범준(50ㆍ사진) 좋은책신사고 대표는 '듣는 사람'이다. 문제집을 만들기 위해 10만장의 독자 엽서를 분석했다. 책을 만들 때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신입사원을 뽑는 면접 자리에서도 '회사에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경영에 반영할 정도다. 그가 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은 "최선을 다해 책을 만들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독자에게 물어보라"는 원칙이다.

지난 2010년 EBS 교재 수능연계가 강화된 후 고교 수능 시장은 사라지다시피 했다. 대신 고교 내신과 초ㆍ중등 내신 시장에서 교육출판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좋은책신사고는 이런 상황에서도 올해 3월 출간 4년 만에 1,000만부 판매를 넘어선 초ㆍ중ㆍ고 전과목 참고서 우공비(우리들의 공부 비법) 시리즈와 단일 과목 문제집으로는 최단 기간인 6년 만에 1,000만부 판매를 돌파한 초ㆍ중ㆍ고 수학문제집 '쎈(SSEN)' 등 히트작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두 시리즈를 합하면 대한민국 초ㆍ중ㆍ고등학생이 4초마다 1권씩 사는 셈이다. 특히 쎈 수학은 올해 초 좋은책신사고에서 리서치전문기관을 통해 중2~고3 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수학 참고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42%로 1위를 차지했다. 수학 참고서의 절대강자였던 개념원리는 12.5%, 수학의 정석은 9.5%로 뒤를 이었다. 사전식 개념기본서로 기획한 '개념 쎈'도 지난해 말 출간 직후 고1~고2 학생 3,000명을 대상으로 체험단을 운영해 이 중 76%가 '기존 수학기본서보다 만족한다', 93%가 '구매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히트작을 꾸준히 내고 있는 좋은책신사고만의 비결로 홍 대표는 '철저한 독자 니즈 분석'을 꼽았다. 그는 "우리 책 중에 설문조사를 생략하고 만든 책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의 말대로 좋은책신사고에서는 책을 만들 때 1,000명에서 2,000명에 달하는 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평소에도 이미 출판된 책의 내용, 나왔으면 하는 책, 표지디자인까지 모든 것이 독자 질문 대상이다. 연간 10만장 이상의 독자엽서를 분석하던 것을 요새는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기획된 수학전문인터넷강의 사이트 '신사고 피클(pickle.sinsago.co.kr)'도 다른 인강 사이트와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신사고피클의 가장 큰 특징은 문항당 250원이라는 가격으로 원하는 문항만 골라서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홍 대표는 "보통의 인강은 내가 아는 문제든, 모르는 문제든 문제집 전체에 대한 강의를 들어야 하지만 피클은 원하는 문제만 골라 들을 수 있어 시간적으로나 비용면으로나 경제적"이라고 소개했다. 2010년 문을 연 신사고피클은 전년 대비 200% 이상 성장하며 수학전문인강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좋은책신사고에는 비슷한 덩치의 회사들에는 있을 법한 기획실이나 전략팀이 없다. 직원 한 명 한 명이 책의 기획부터 출판까지를 모두 책임진다. 10년 가까이 전직원을 대상으로 자기목표관리제도 실시하고 있다. 개인별 목표 카드에 오탈자, 오류 발생 빈도가 기록되고 이에 따른 점수가 임금 등 처우로 이어진다. 누구나 총괄 책임자이자 기획자가 되라는 것이다. 홍 대표는 "스스로 책임감과 의지를 갖고 일을 할 때 힘이 나고 신난다고 생각한다"며 "누가 '이대로 만들라'고 지시한 것을 그대로 만든다면 무슨 흥이 나겠나"며 반문했다. 그는 "직원들이 책 한 권을 쓰고 나면 분신처럼 여길 정도로 책에 대한 책임과 애정이 깊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직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7월부터는 아예 출판대학을 개설해 운영에 들어갔다. 원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외부에서 짧게 교육을 받던 것을 ▦출판 ▦마케팅 ▦영업 ▦엑셀 ▦회계 ▦저작권 총 6개 과목을 외부 전문강사를 초빙해 주 1회 3시간씩 10주 과정으로 편성한 것이다. 홍 대표는 "신입사원 면접에서 우리 회사에 궁금한 점을 질문하면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묻는 면접자가 많아 만들었다"며 "실은 커리큘럼이 너무 알차서 직원들이 따로 회사를 차려 나갈까 봐 걱정 될 정도"라고 웃어 보였다.

좋은책신사고의 전신인 학진평(학력진단평가)을 세운 것이 홍 대표가 서른 살 무렵인 1990년이다.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강남에서 학원 강사를 하던 홍 대표는 1992년 첫 집필작으로 '서울대 수학'이라는 문제집을 냈다. 난이도가 높은 본고사 기출문제의 자세한 풀이법을 담았는데 정답만 덜렁 나와 있거나 한두 줄의 간단한 설명 밖에 없던 당시 문제집에 비해 획기적이었다. 문제집은 입소문을 타고 소위 '대박'이 났다. 홍 대표는 "지금도 대입논술 학원에서 서울대 수학을 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렇게 어려운 문제들을 풀이해놓은 책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젊은 나이에 시작해 학원강사로, 출판사업가로 빠르게 성공한 듯한 그의 삶도 탄탄대로만은 아니었다. 첫 책을 낼 때만 해도 종이를 고르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인세가 어떻게 책정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였다. 7년간 학원강사와 출판업을 병행하면서 책을 찍을 때에는 종이 값이 없어 어음을 끊고 돈을 빌려준 사람이 집 앞을 지킬 정도로 코너에 몰린 시기가 있었다. 홍 대표는 "사업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겠지만 저는 젊은 나이에 창업해 10년 가까이 죽을 만큼 고생했다"며 "요새 젊은이들에게 도전정신이나 창업 마인드를 가지라고들 하지만 철저한 준비에 대한 강조 없이 창업을 권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연습게임도 하고 아마추어 경기도 해보고 그 후에 프로의 세계에 입문하는 것처럼 자신이 창업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노하우를 쌓고 인맥도 만들고 종잣돈도 마련하며 차곡차곡 준비하는 것이 먼저"라고 조언했다.

앞으로의 비전을 묻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넘버원 콘텐츠 컴퍼니'라는 답이 되돌아왔다. 홍 대표는 학습 동화나 학습 만화를 만들어 어린이 도서 출판 라인인 '좋은책 어린이'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또 "직업을 선택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커리어 관리를 하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며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취업 준비생이나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한 커리어 어드바이스 콘텐츠에도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그가 찾아가 목소리를 들어야 할 사람들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 홍범준 대표는



▦1962년 부산 ▦1989년 서울대 수학과 졸업 ▦1990년 도서출판 학진평 설립 ▦1995년 좋은책신사고로 법인전환 ▦2004년 국세청 모범납세자 국세청장상 수상 ▦2007년 교육산업 경영인 대상 수상 ▦2008년 국세청 모범납세자 기획재정부장관상 수상 ▦현 2012년 좋은책신사고 대표이사ㆍ순득장학재단 이사장








주말엔 애들과 소파에 앉아 대화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지켜봐요


■ '다둥이 아빠' 홍 대표의 교육 철학

골프도 싫고 골프 후에 마시는 술은 더 싫다는 그는 "주말에는 자녀들과 그냥 소파에 앉아 있는다"고 말했다. 정말 그것뿐이냐고 재차 질문하자 "배고프다고 하면 밖으로 밥 먹으러 나간다"며 "요샌 주로 개콘의 '꺾기도'로 대화를 한다"고 덧붙였다.

홍범준 좋은책신사고 대표는 미국에서 대학원 준비를 하고 있는 큰딸과 대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아들, 초등학교 6학년 막내까지 4명의 자녀를 둔 다둥이 가정의 가장이다.

학교폭력이다, 왕따다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네 자녀를 탈 없이 키우고 있는 그만의 교육 철학은 일명 '소파 교육론'이다. 대체 소파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어떻게 가정교육이 된다는 걸까.

홍 대표는 "학교폭력 같은 문제들은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대화할 창구가 없을 때 일어난다고 생각한다"며 "특별한 다른 일을 하지 않아도 그냥 같이 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가정교육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화할 때 아이들이 슬쩍 지나가는 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유심히 듣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란다.

홍 대표는 TV를 오래 보거나 게임을 오래한다고 나무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성적이 나쁘게 나오면 그 자체로 아이가 스트레스를 느낀다며 성적을 놓고 왈가왈부하지도 않는다. 부모는 자녀가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지켜보는 것이 역할이고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힘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엄마 아빠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다 결정해주고 계획된 대로 살다가 부모님이 사라지면 그 애들은 어떻게 합니까"라고 되물었다.

자신을 무미건조하다고 소개한 홍 대표는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자 수다쟁이가 됐다. "운동을 좋아하는 막내가 주말마다 축구 시합에 나가면 저는 운동장 한편에서 라면을 끓입니다. 애들 축구 실력 느는 것을 보기만 해도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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