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외환시장 개입은 역효과

신한銀 금융공학센터 ‘환율의 역습’

정부의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은 오히려 시장 참여자들에게 위험 신호를 줘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재성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선임연구위원은 5일 신간‘환율의 역습’에서 “당국이 매일같이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서고 이것이 연일 언론에서 이슈로 부각되면 오히려 당국의 외환시장 장악력이 크게 떨어진다”며 “시장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책에서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방식을 ▦알박기 개입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손절매 유도 등 3가지로 정리했다. 알박기 개입은 특정 환율대에 대규모 주문을 걸어놓고 이 환율대를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당국이 원ㆍ달러 환율 1,100원을 사수할 때 자주 사용됐다. 스무딩 오퍼레이션은 당국이 장중 달러를 꾸준히 사들이거나 파는 방식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환율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손절매 유도는 가장 공격적인 시장 개입 방식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한쪽으로 쏠릴 때 반대 방향으로 대규모 매도나 매수를 단행해 참여자들의 손절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지난 23일 장중 환율이 1,200원을 넘봤다가 당국의 대규모 개입으로 1,166.0원까지 급락할 때 쓴 방식이다. 조 연구위원은 이러한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양날의 칼'과 같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막대한 외환시장을 무기로 외환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 개입이 지나치게 빈번하게 이뤄지면 오히려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7∼8월 15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소진하며 환율 방어에 온힘을 쏟았지만, 결국 원ㆍ달러 환율은 급등해 같은 해 11월 1,500원선까지 돌파했다. 조 연구위원은 “당국은 외환시장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처지를 십분 고려해 외환시장 개입에 더욱 신중을 기함으로써 선의의 피해자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