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계의 거물급 인사인 이광노(70) 서울대 명예교수의 조경공사 입찰심사부정 비리혐의에 대해 건축계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특히 이광노 교수가 건축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비리파문에 대한 후유증이 쉽게 가라않지는 않을 전망이다.
건축계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로 건축계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흐르게 되지않을까 우려 하고 있다. 이교수가 오랜동안 서울대에서 건축계 후학을 양성해왔다는 점과, 지난해 미국 건축가협회의 명예건축가회원으로 추대되는 등 외국 지명도도 적지않다는 점에서 이같은 우려가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건축학계 거물인 이교수까지도 건축공사입찰심사 비리에 연루됐다는 점은 현재의 건축계가 업계·학계를 불문하고 새롭게 개혁을 해야한다는 경종을 울려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밝힌 비리혐의는 지난 98년 7월 한국무역협회가 신축중인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컨벤션센타와 한국종합무역센타 확충공사 조경공사 입찰심사위원으로 참여했을 때 입찰참가업체 2곳으로부터「높은 점수를 달라」는 부탁과 함께 1,5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교수는 이후 심사과정에서 공사실적·설계대안 등 3개 항목에서 이들 업체에게 최고점수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검찰은 밝혔다.
현재 국내 건축계는 H대학과 S대학출신들로 그 세력이 양분돼 인맥을 통한 보이지않은 세력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 양대세력중 이교수는 S대세력의 지주역할을 해왔다는 것이 건축계의 중론이다. 이같은 학맥 세력경쟁은 이번과 같은 입찰비리를 낳고, 건축단체 내부에서는 세력 타툼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이번 이교수 파문을 계기로 이같은 학맥을 통한 세력경쟁과 문제해결풍조도 건축계에서 일소돼야 한다.
건축계 전문가들은『아직도 건축학계와 건축공사업계·설계업계 등 건축계 전체가 구조적으로 만들어 놓은 비리시스템을 스스로 파괴하고 공정한 경쟁체체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건축계의 입찰심사 청탁비리가 이교수에 한정된 것이 아닐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특히 현업에 종사하는 건축인들의 각성과 발주자 주변의 비리구조도 퇴출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편 이교수가 위원장으로 있는 건축문화의 해 조직위원회도 이번 돌발 파문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산적한 건축문화의 해 행사를 이끌어갈지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박영신 전문기자 YS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