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10여개 분과별로 각각 핵심쟁점 1~2개를 남겨 놓은 상태에서 12일 한미FTA 8차협상이 막을 내렸다. 한미FTA협상은 이달 19일 농업 및 전체 고위급 협상을 시작으로 마지막 조율에 들어간다. 고위급협상을 통해 핵심쟁점 한 가지만 타결되더라도 1개 분과 혹은 2~3개 분과의 협상이 한꺼번에 마무리될 수 있는 ‘테트리스’ 게임식 매트릭스가 이번 협상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2월3일 한미FTA 협상 출범 선언 후 1년 이상 양국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남은 쟁점들은 그 하나 하나가 막강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어 한미FTA 협상 대단원의 막을 내리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핵심분과별 1~2개 이슈만 남아 = 8차협상에서 양측이 타결 가능한 대부분의 이슈를 마무리 했다는 점에서 양측 협상단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고 대립이 크지 않았던 경쟁, 정부조달, 노동, 환경, 통관, 위생ㆍ검역, 기술장벽(TBT), 전자상거래 등 7~8개 분과가 거의 완전 타결됐다. 농산물, 섬유, 금융, 무역구제, 서비스, 투자, 의약품, 자동차 등 핵심 분과는 타결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각 분과별로 비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뤄냈다. 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는 “주요 분과에서 1~2개 이슈만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 분과 내 협정문은 99% 만들어진 상황이다. 양측이 ‘괄호’( ) 처리를 한 몇몇 문구가 확정되면 협정문은 완성되도록하는 틀이 마련된 것.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테트리스 오락게임과 비슷해 1~2개 빠진 부분만 채워지면 게임(협상)은 끝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서비스 분과에서 미측은 통신과 방송 부문에서 1~2개 주요항목의 개방 확대를 요구 중인데 비해 우리측 역시 이에 연계해 미측 어업 및 연안해운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만일 방송 부문에서 일부 미측 요구가 수용되고 미측 역시 어업 개방을 일부 확대하며 협상을 종료할 수 있다. 반대로 양측 요구가 모두 수용되지 않은 채 협상을 끝낼 수도 있다. ◇“쇠고기와 자동차가 대미장식할 것” = 미정으로 남은 내용은 농업 분과를 제외하고는 분과별로 1~2개에 불과하지만 그 하나 하나라도 소홀히 다루기 어려운 핵심쟁점들이다. 1년 가량의 협상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할 만큼 양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8차협상에서 고위급으로 타결이 넘어간 쟁점들과 관련, 김종훈 우리측 수석대표는 “농산물 시장개방, 미측 자동차와 섬유 관세철폐, 부동산 및 조세정책의 정부 소송 대상 제외 조율, 금융 일시 세이프가드 도입, 미측 반덤핑 제재 조치 완화, 개성공단 제품 특례 인정, 방송ㆍ통신 시장개방, 저작권 연장, 약값 결정시 독립적 이의기구 설치 여부 등 10여개 항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성공단 제품 특례 인정만 보더라도 우리측 국회의원 상당수가 개성공단 특례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FTA 비준이 어렵다”고 압박하고 있는 데 비해 미측 의회는 개성공단 특례가 인정되면 “한미FTA 협상은 뒤집어질 것”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미측은 아울러 한국의 자동차 비관세장벽이 철폐돼야 하고 자국의 섬유제품 민감성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우리측은 쇠고기 등 민감품목의 시장개방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수석대표는 “마지막까지 남을 쟁점은 쇠고기와 자동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