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걱정으로 많이 괴로워하고 상당한 도덕적 책임감을 느끼고 있더라.”
JP모건과의 이면계약에 따른 계열사 손실과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혐의 등과 관련, 5일 조사를 받은 손길승 SK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손 회장은 이
날 오전 10시부터 무려 14시간동안 300여가지의 질문을 추궁받고 자정 직후 매우 지친
모습으로 귀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손 회장이 묻는 질문에 솔직하게 답했으며 부인한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혐의에 대해 대체로 시인했다”고 전했다. 손 회장은 실제 “부하 직원들의 잘못이 있다 해도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특히 이날 검찰측에 괴로운 심경을 솔직하게 피력, 눈길을 끌었다. 검찰 관계자는 “손 회장이 (최근 검찰수사에 따른) SK의 어려운 사정을 얘기하고 2세 체제로의 전환과정에서 그룹 회장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상당히 괴로워하며 책임감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이는 손 회장이 고 최종현 회장의 핵심측근으로 2세인 최태원 SK(주) 회장의 울타리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은 이미 구속되고 자신은 전경련 회장이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불구속 기소될 처지에 있기 때문으로 검찰 안팎에선 보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SK가 경영진과 임원 10여명이 법정에 서게 되는 등 줄초상이지 않느냐”며 손 회장의 착잡한 심경에 대해 동정을 표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내주초께 최 회장과 손 회장, 김창근 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김승정 SK글로벌 부회장 등 10여명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하며 SK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SK측과는 법원에서는 별로 다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기소되면 SK그룹에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