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제한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환상형 순환출자를 규제하지 않기로 한 정부안에 대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반발이 커 정부안이 입법화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정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국회 재경ㆍ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출총제 개편안과 관련한 최종 입장조율을 시도했으나 합의도출에 실패했다. 이날 회동에서 일부 여당 의원들은 정부의 출총제 축소유지 방침에 따른 보완책으로 순환출자금지 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재기했고 이에 대해 정부는 순환출자 규제가 또 다른 규제로 인식될 수 있는 만큼 경기 활성화와 투자 촉진을 위해 규제를 도입하지 말고 최근 합의된 정부안을 수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환상형 순환출자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당론을 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태다. 당정협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명백히 불법인 환상형 순환출자를 금지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출총제가 존속되는 상황에서 환상형 순환출자까지 금지할 경우 기업 규제가 가중된다는 부담도 있다”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은 추후 의원총회 등을 열어 출총제에 대해 재논의할 방침이다. 채수찬 열린우리당 의원은 “출총제 유지, 추가 완화 여부,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 도입 여부 등을 놓고 의총에서 단일안을 마련해 정무위에 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이 의총에서 순환출자금지제도 도입을 수용하지 못할 경우 개별 의원입법 형태의 법제화가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당 내에서는 채 의원이 ‘출총제 폐지 및 순환출자 금지(기존 순환출자 지분은 10년간 단계적 해소)’를 근간으로 하는 법안을 만들어 의원 10여명의 서명을 받아놓은 상태다. 또 김현미ㆍ박영선ㆍ송영길ㆍ이미경ㆍ천정배 의원 등도 순환출자를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정간의 출총제 대안 합의 실패에 대해 정부 측의 한 관계자는 “정부안은 이미 확정된 만큼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또 당정협의와 무관하게 정부의 출총제 개편안에 대한 입법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내년 2월 임시국회에 상정하기 위해서는 정부안 마련, 입법예고, 법제처 심사, 차관ㆍ장관회의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당정협의에도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공통된 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정부 합의안 발표로 출총제가 대폭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던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앞으로 남아 있는 입법절차와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마련한 안에 힘이 실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출총제 완화를 환영했으나 여당 내에서 환상형 순환출자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시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