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진화하는 '기획 부동산'

현장투어에 계약금 대여… 인근 땅 매입해 가격 올리고…


지난 달 회사원 K모씨는 한 여성으로부터 휴대폰을 통해 강원도 평창의 토지를 매입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K씨는 돈이 없어서 토지를 매입할 수 없다고 하자 이 여성은 K씨의 계좌에 100만원을 송금한 후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회사를 찾아와 K씨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타면서 이른바 '기획 부동산'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매매수법도 한층 다양해졌다. 27일 부동산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이들 기획부동산들은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현장 투어는 물론 계약금까지 대여해 주고 있다. 고등학교 동문회를 통해 전화번호와 직업, 직장, 집 주소 등까지 파악해 토지를 매입할 만한 경제여력이 있는 사람들을 물색하는 것은 기본이다. 자신들이 판매하는 토지 인근의 땅을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한 뒤 자신들이 판매하는 토지의 가격 메리트를 높여 일반인을 현혹시키기도 한다. . K모씨는 "한 기획부동산 업자가 인근 시세가 50만원에 달하지만 특별히 35만원에 판매하겠다고 해서 관심이 끌렸다"며 "계약금이 없다고 하자 계좌에 100만원을 송금해 준 뒤 그 돈을 계약을 하자며사무실로 직접 찾아오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K씨는 이어 "뭔가 속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의 땅을 어떻게 살수 있느냐고 100만원을 돌려 줄려고 하니 주말에 평창 땅을 직접 보여주겠다고 제안을 해왔다"며 "직업과 집주소, 직장주소까지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개발 호재 등을 설명한 후 토지 매입을 권유하는 기획부동산이 최근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장은 "토지를 싼 가격에 매입한 후 일반인에게 비싸게 판매하는 기획부동산이 최근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며 "영업사원의 일방적인 설명만 믿고 토지를 매입하면 현금화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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