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밋한 한국경제' 활력 떨어졌다

경기 고점·저점 간격 좁아져 경기분석 힘들어져
한은·삼성硏 "1분기 바닥" LG硏선 "침체 지속"
"경제 안정성 높아졌다" 해석속 해결 과제로 부상


우리 경제의 경기 고점과 저점간의 간격이 극히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 경기가 바닥을 쳤는지를 놓고 각 경제연구기관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지만, 사실상 이러한 논란은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이처럼 ‘밋밋한’ 경기는 우리 경제의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해석도 되지만 전반적으로 활력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해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경기 저점, ‘지났다’ 대 ‘안 지났다’=한국은행과 삼성경제연구소는 경기가 올 1ㆍ4분기 중 바닥을 쳤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에 대한 근거로 성장률이 지난해 4ㆍ4분기와 올 1ㆍ4분기 가장 낮은 구간에 해당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앞으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경기가) 더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 경기가 저점을 이미 통과했음을 시사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한국 경제가 소프트랜딩(연착륙)하면서 올 1ㆍ4분기에 바닥을 지났다고 분석했다. 반면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은 경기침체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LG연구원은 경기 저점이 올 2ㆍ4분기나 3ㆍ4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송태정 연구위원은 “미국 경기 하강이 세계 경기에 반영되면서 수출 증가율이 둔화돼 앞으로 경기가 1ㆍ4분기보다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연구원도 투자지표 부진 등 여러 이유를 들어 더 침체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점점 좁아지는 경기진폭=경기 저점 논쟁 속에서 진폭(고점과 저점간 격차)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경기 고점이 어디이고, 저점이 어디인지 분석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 같이 좁아진 간극은 경기순환곡선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추이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2003년 이후 순환변동 추이를 보면 우선 그해 7월 99.5로 저점을 기록한 뒤 2004년 2월 101.5로 고점을 형성했다. 단기간 순환과정에서 고ㆍ저점간의 격차는 2%포인트를 기록했다. 그 뒤 순환변동치는 2005년 4월 98.7%로 다시 저점(격차 2.8%포인트)을 나타냈다. 2.8%포인트에 달하는 고ㆍ저점간의 격차는 이후 순환주기(2005년 4월 저점 98.7, 2006년 11월 고점 101.0)에서 2.3%포인트로 축소됐다. 90년대만 해도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고점과 저점간 격차가 10%포인트에 달했으나 최근 들어 이 둘 사이의 차이는 이처럼 좁아지고 있다. 밋밋한 경제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로 성장률간 격차를 들 수 있다. 최고 성장률과 최저 성장률간의 차이가 예전보다 크게 좁아진 것이 현실이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고점은 낮아지고 저점은 올라가면서 갈수록 둘 사이에 차이가 없어지고 있다”며 “이는 어제(불황 경기)나 오늘(회복 경기)이나 상황에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경기 부침이 없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이는 한국 경제의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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