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포커스] 카드사 매출 통합정보 공개

예비 창업자 도와줄 진짜 빅데이터 눈앞
신용카드 결제 정보 통해 해당 상권 경쟁업체 수부터
평균 매출 고객층 확인 가능… 창업 실패 가능성 줄여줘

신촌 명물 거리에서 작은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동건(가명)씨는 고민 끝에 폐업을 결정했다. 불어나는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다달이 나가는 월세·재료비·인건비 등만 해도 2,000만원이 훌쩍 넘지만 매출은 1,500만원에 불과했다. 이씨는 앞날을 더 우려하고 있다. 남은 자금은 많지 않은데 새로운 일을 벌이자니 또다시 실패할까 걱정부터 앞선다.창업 실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카드사가 갖고 있는 매출정보를 예비 창업자들에게 공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도 예비 창업자들은 일부 카드사가 운영하는 매출정보 서비스를 활용하지만 하나같이 대표성이 떨어져 통합매출정보가 오픈되면 예비 창업자의 사업 실패 리스크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김영주 민주당 국회의원은 여신금융협회에 집중된 신용카드 정보를 활용해 경제 활성화에 활용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 여신금융협회는 약 220만 가맹점의 매출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카드 매출정보를 자영업자들에게 제공하면 창업 실패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위에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고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일부 카드사들이 자사 카드 매출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협회 역시 가맹점 매출거래정보 통합조회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카드사가 운영하는 빅데이터 서비스는 자사 매출정보에 국한돼 있고 협회의 통합조회시스템은 자영업자가 자신의 가맹점 정보만 확인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현재 논의되는 빅데이터 활용 방안은 전업계 카드사는 물론이고 은행 내 카드사업부의 매출정보를 통합해 활용하자는 것이어서 차원이 다른 빅데이터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대학로에 치킨집을 차리고자 하는 예비 창업자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대학로 지역의 치킨집 개수 ▦평균 매출 ▦주된 이용고객의 연령층 및 직업군 ▦시간대별 매출 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 카드 매출정보에 기반한 날 것 그대로의 정보를 창업 전에 습득함으로써 창업 실패 가능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카드사들의 미지근한 태도가 걸림돌로 지적된다. 전업계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매출정보를 자사 고유의 자산으로 여기고 있어 정보 제공에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빅데이터가 지닌 잠재적인 유용성을 고려할 때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공론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함유근 건국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해외 선진 금융기관들이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반해 국내 금융권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라며 "여기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나 단기성과 위주의 경영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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