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양론 전방위 확산

재계에서 정부·국책硏까지 가담, 힘실려
"단기 대증요법은 후유증만…" 한목소리
규제완화등 구조적 경제체질 개선책 요구


북핵 사태, 미국 부동산 가격의 급랭 가능성 등으로 한국경제가 위기 상황에 내몰리면서 경기 부양론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기존의 정치권이나 재계는 물론 정부ㆍ국책연구소까지 사실상 경기 부양론에 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경기부양을 하더라도 단기적인 대증요법은 오히려 후유증만 남길 수 있으니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등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책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 부양론에 힘 실린다=대표적인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발언에도 미묘한 온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현정택 KDI 원장은 “미국주택 버블(거품)이 꺼지거나 북핵 사태가 장기화되면 내년 우리 경제는 4.3% 성장률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며 “경제를 잘 지켜보다가 필요하면 경기부양을 실행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KDI는 지난 17일 ‘3ㆍ4분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낼 때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정부 예상치인 4.6%보다 낮은 4.3%를 제시하면서도 “아직은 경기 부양에 나설 때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경태 KIEP 원장도 “지금 당장 경기 부양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북한의 2차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더 높아지면 금리 인하나 재정지출 확대 등의 경기 부양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정치권과 민간경제연구소에서는 더 강도 높은 경기 부양책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정부가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4% 중반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회의적”이라며 “단기적 경기 위축을 막기위해 거시정책의 모든 수단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인위적인 경기부양 대신 경기 관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대내외 변수가 더 악화되면 사실상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단기 대증용법은 위험” 이구동성=현재 국책 및 민간경제연구소들이 거론하고 있는 경기부양책으로는 ▦금리 인하 ▦재정 확대 ▦감세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재정 조기 집행 등 크게 4가지다. KDIㆍKIEP를 비롯해 현대경제연구원은 경기 하락 때의 경기 부양책으로 금리인하와 재정확대 검토를 주장하는 반면 삼성경제연구소는 감세 정책에 무게중심을 싣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거품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과도한 경기 부양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원장은 “인위적인 경기 부양에 대한 정부의 거부감은 길거리 카드 모집 허용, 가계 대출 확대 등 대증요법식 정책을 펴지 않겠다는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도 “지난 98년 이후 인위적인 저금리 정책과 벤처기업 육성책, 2001년 무리한 신용카드 사용촉진과 가계 대출 확대로 민간소비는 급증했지만 약발이 떨어지면서 경기가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민간 전문가들은 당장의 경기진작책보다는 “성장 잠재력 확충”(현 원장), “소비ㆍ투자 심리 활성화 등 근본적인 경기 활성화”(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 “규제 완화 등 투자 환경 개선”(정 전무) 등 구조적인 개선책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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