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그림은커녕 갈수록 화려해지는 국산담배

적극적 소매 광고까지… 담배브랜드 표시 금지하는 추세에 역행

세계 각국이 흡연으로부터 자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담배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담뱃갑 디자인과 광고에 대한 제재가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스트레일리아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른바 담배에 ‘꾸미지 않은 포장(Plain Package)’ 규정을 도입했다.

이는 제조회사나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담뱃갑에 정해진 크기와 서체의 활자만 쓰고, 개별 담배 제품을 구분할 수 있는 로고·브랜드 등의 이미지를 아예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것. 여기에 오스트레일리아는 이미 2006년부터 흡연경고그림 규정을 시행해 담뱃갑 앞면 75%, 뒷면 90%의 크기로 흡연의 신체적 폐해를 묘사한 이미지는 의무적으로 넣어야한다.

이 같은 포장 규제는 담뱃갑의 외형을 완전히 규격화해 담배회사가 마케팅 수단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조치다. 특히 담뱃갑 디자인이나 브랜드 등에 민감한 청소년·청년층의 흡연율 감소에 초점을 맞춘 대책으로, 오스트레일리아에 이어 영국과 뉴질랜드 등도 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담뱃갑에 흡연경고 문구와 발암성 물질 경고 문구 정도만 의무적으로 표시할 뿐, 나머지 디자인은 담배 제조사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이미 세계 55개국이 도입했거나 올해안에 도입할 예정인 흡연경고그림 제도를 보건복지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지만 이런 내용을 포함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기획재정부 등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에 제출하지도 못한 상태다. 복지부는 이달 임시국회에서 역시 흡연경고그림 도입을 규정한 의원 발의 개정안이라도 처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처럼 규제 강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사이 KT&G는 눈길을 끄는 다양한 담뱃갑 포장 디자인을 선보이며 흡연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난해 KT&G는 남성 패션잡지인 ‘아레나’와 공동 작업을 통해 담뱃갑 앞면에는 나침반, 뒷면에는 보물지도가 들어간 스페셜 버전 디자인의 ‘디스플러스 아레나’ 제품을 내놨다. 이어 올해에도 고급 클래식 스타일 구두의 바닥과 굽 이미지로 장식된 ‘디스플러스 아레나팩’을 출시했다.

담뱃갑 뿐 아니라 편의점 등 소매점 내부의 담배 광고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복지부의 편의점 담배 광고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편의점이 가장 눈에 잘 띄는 계산대 뒤에 여러 종류의 담배를 진열하고 있었다. 또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LED 조명을 사용한 담배 광고판을 내걸거나 담배 모형 등 입체 광고물을 전시하고 있는 편의점도 많았다.

현재 국민건강증진법은 소매점 내부에서 담배 광고물(표시판·스티커 및 포스터)을 전시 또는 부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만, LED 광고판이나 담배 모형 등도 허용 대상에 포함되는지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영국·호주·캐나다·태국·핀란드·아이슬란드·아일랜드·노르웨이 등은 담배 광고는 물론이고 편의점에서 담배를 진열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미 흡연경고그림 등을 도입한 나라들에서 담배 포장 규제의 효과가 확인되고 있는 만큼 건강증진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며 “편의점 담배 진열·광고 금지도 무엇보다 청소년 흡연을 예방하는 측면에서 도입이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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