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회 집값담합 다시 등장

'동부권 개발' 노원구·강서구 재건축단지
급매 자제·가이드라인 제시 안내문 붙어


“아파트 가격이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파트를 보유하신 분들은 가급적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급매물을 내놓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부녀회장”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단지 엘리베이터에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시가 동북권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노원구 일대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자 붙기 시작한 안내문이다. 부동산경기 침체와 함께 사라졌던 아파트 부녀회의 가격담합 및 호가 올리기가 다시 등장했다. 22일 노원구 일대의 공인중개업소 및 아파트단지 입주민 등에 따르면 최근 입주민들에게 급매자제를 요청하고 매도가격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부녀회장 명의의 안내문이 나붙고 있다. 이 때문인지 노원구 내 한 공인중개업소에는 기존에 나와 있던 매물들이 모두 회수되면서 매물 게시판이 텅 비기까지 했다. 노원구의 한 아파트는 최근 서울시의 동북권 개발 프로젝트가 발표되면서 한달여 만에 2,000만원에서 3,000만원 가까이 호가가 상승했다. 전용면적 80㎡형은 3억8,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국토해양부의 실거래가 현황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지난 1월 거래가격은 3억2,000만원, 4월에는 3억3,800만원 수준이었다. 이 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엘리베이터 내부에 부녀회장 명의의 아파트 매도와 관련한 안내문이 붙으면서 세입자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은 안내문이 게재된 뒤 실제 매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호가가 올라서인지 실제 거래는 부진하다. 이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동북권 프로젝트 발표와 부녀회 담합으로 호가가 3,000만원 이상 올랐다”며 “하지만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간간이 찾아오는 사람들마저 가격이 크게 오른 데 놀라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서구의 한 재건축아파트 단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급매물이 나오자 부녀회에서 ‘면대면’ 접촉을 통해 급매자제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강남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뒤 아파트 보유자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이 커지면서 부녀회가 나서 급매자제를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 같은 부녀회 담합은 지역에 상관없이 어느 아파트건 다 이뤄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아파트는 현재 전용면적 60㎡형이 4억원, 85㎡형이 6억원선에 매물로 나와 있다. 60㎡형 기준으로 불과 두 달 만에 3,000만원가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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