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51은 고심의 응수였다. 다른 방식으로 응수하는 것은 모두 결과가 신통치 못하다. 가장 안전하게 둔다면 참고도1의 흑1로 호구를 치는 것이지만 그것은 백2로 붙이는 리듬을 제공하게 된다. 흑3으로 젖힐 수밖에 없는데 백이 가만히 4로 뻗게 되면 좌변쪽에 모자를 씌운 흑 한 점이 외로워진다. 실전보의 흑51은 기착점(모자를 씌운 수)의 체면을 최대한으로 살리겠다는 응수라고 볼 수 있다. 백54로 끊은 것은 예정 코스. 계속해서 56과 58은 이런 형태의 맥점이다. 백60으로 단단하게 잇자 지금까지 상당히 두터운 세력으로 보이던 흑이 곤마로 변한 느낌이다. "백이 갑자기 좋아졌습니다. 흑의 세력이 곤마가 되었으니까요. 강동윤이 아주 잘 두고 있습니다."(윤현석) 흑61은 급소. 여기서 강동윤은 백62로 웅크렸다. 얼핏 보기에는 백의 탈출도 쉽지 않아 보이지만 의외로 탄력이 있어서 흑이 우악스럽게 봉쇄할 도리가 없다. 그래도 이세돌은 일단 흑63으로 씌워 봉쇄하는 시늉을 했는데…. "봉쇄가 되나?"(필자) "안 돼요."(윤현석) "그럼 왜 씌운 거야?"(필자) "다른 마땅한 행마가 없으니까요."(윤현석) 강동윤이 64로 젖히자 이세돌은 군말없이 65로 지켰다. 참고도2의 흑1로 막는 것은 백에게 2로 끊겨 흑의 응수가 곤란하다. 내친걸음이라고 3,5로 두는 것은 백8의 일격으로(12는 6의 자리) 흑대마가 잡힌다. 백66이 놓이자 일단 흑 2점은 잡힌 모습이다.(5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