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이 금융위기 및 실물경기 침체에다 엔고의 3각파도에 휩쓸려 반토막 났다. 수입 역시 내수 경기 냉각으로 43%나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가 수출과 내수 모두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어 1ㆍ4분기 경제성장률도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의 지난 2월 수출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4% 줄어든 3조5,254억엔을 기록했다. 이 같은 감소폭은 정부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로 전문가들의 예상치(47.6% 감소)를 넘는 것이다. 대미 수출이 58.4% 감소한 것을 비롯해 유럽 및 중국 수출도 각각 54.7%, 39.7% 줄었다. 제품별로도 수출 주력 제품인 자동차 수출이 70.9% 줄었고 조선과 반도체부품 수출도 50% 남짓 떨어졌다. 일본 산업 전반이 위기에 노출되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는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아오키 사토시 혼다 회장 겸 일본자동차공업협회(JAMA) 회장이 최근 내수 진작 차원에서 신차를 구입하는 사람에게 보조금을 지원해달라고 정부 측에 요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정부 당국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보호주의적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그만큼 수출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수입 역시 유가 하락과 엔화 강세 등으로 43% 감소한 3조4,431억엔으로 집계됐다. 특히 수입이 크게 줄면서 수출 감소분을 상쇄해 2월 무역수지는 5개월 만에 824억엔 흑자를 기록했다. 액션이코노미스트의 데이비드 코헨 이코노미스트는 "수요 감소에 따른 생산 부진이 심각하다"며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올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직전 분기 GDP 성장률인 -12.1%와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급해진 일본 정부는 최근 내수 부양을 위해 20조엔 규모의 새로운 경기 진작책을 발표했지만 전반적인 경제 여건상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시라이시 히로시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종에 구조적인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며 "정부가 한시적으로 내수를 창출할 수 있겠지만 수출로 상실한 갭을 메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