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문화다] 신사동 'I.S.A. 빌딩'

상업·업무공간 분리 역동성-절제미 '하모니'


최근 개성 넘치는 설계자들의 독창적 작품들이 들어서고 있는 서울 강남 일대에서 투명유리와 노출 콘크리트 마감재를 사용한 건축물은 자칫 ‘평범’해 보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강남구 신사동 동호대교 남단 이면도로에 위치한 I.S.A. 빌딩도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건물들 중 하나다. 그러나 건물 외관을 천천히 둘러보면 보는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느낌이 연출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I.S.A. 빌딩은 ‘단절과 소통, 절제미와 역동미’라는 상충되는 콘셉트들이 건축가의 손을 거쳐 하나의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건축 설계 당시 이면도로의 상업시설이라는 단점을 커버하면서도 상업공간과 업무공간을 철저히 분리해달라는 건축주의 까다로운 요구가 낳은 결과물이다. 김유성 종합건축사사무소 도가 소장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건물이 좋은 건축물이라는 생각과 건물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의 만족을 최대화하기 위해 공간의 ‘분리와 조화’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행인들의 주요 동선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I.S.A 빌딩의 북서쪽 평면은 1~5층까지 상업용도로 특화해 역동성을 주요 설계 콘셉트로 삼았다. 1층의 일부층을 야외 테라스로 꾸미고 북서쪽 평면을 모두 투명유리로 마감해 건물 내부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대로 건물 외관의 일부처럼 보이도록 설계됐다. ‘건물 내부의 사람들의 행위 자체가 간판’이라는 설계자의 철학처럼 먹고, 마시고, 떠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오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건물에 호기심을 갖도록 설계한 것. 건물을 찾는 사람들의 편의를 최대한 살려 1층 공간의 3분의2가량을 필로티로 설계해 주차공간을 마련하고 1층 공간을 희생하는 대신 지하 1~2층은 선큰 덱(sunken deck)로 꾸며 지상 같은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건물 북서쪽 출입구로 바로 연결되는 지하 선큰 덱에는 마루 바닥을 깔고 요철이 있는 노출 콘크리트로 외벽을 마감해 낮에는 햇빛이, 밤에는 조명이 음영을 만들어내며 역동성을 느끼도록 해준다. 건물 정중앙에서 각층을 연결하는 투명 엘리베이터와 외부로 오픈된 철제계단도 ‘건물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대로 외부에 노출’되도록 한 설계자의 의도다. 반면 6~8층까지 업무시설 이용자들의 주출입구가 있는 서쪽 출구와 상업시설이 있는 북서쪽 평면 사이에 가벽을 설치해 공간을 분리했다. 서쪽 출입구 오른편에는 20년 묵은 소나무와 켜켜이 세월의 흔적이 쌓인 편마암이 고즈넉한 느낌을 자아낸다. 서쪽 출입구에서 바라보게 되는 남동쪽 외관 전체를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하고 작은 넓이의 창을 층마다 규칙적으로 배치해 상업공간의 역동성과는 또 다른 절제미를 최대한 살려 긴장과 조화를 이룬다. 무심코 흘려보내는 수많은 건축물들과 달리 I.S.A. 빌딩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처럼 보는 각도마다 느낌이 새로운 ‘부조화의 조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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