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보(59∼72)

촌철살인이 이세돌류 좌하귀의 절충은 일종의 정석이다. 백62까지는 이렇게 진행되는 곳. 수순 가운데 백60으로 69의 자리에 이을 수는 없다. 참고도1의 흑2가 통렬하기 때문이다. 백3으로 버티면 흑4, 6을 당하여 백대마 전체가 곤마로 쫓기게 된다. 흑63으로 껴붙인 것은 끝내기를 의식한 수순. 그냥 69의 자리에 끊으면 백은 67의 자리에 호구쳐 살게 되는데 그 경우에 백의 집은 10집이다. 흑63으로 두면 백의 집은 7집이다. 3집의 차이. 프로들은 이런 곳을 놓치지 않는다. 흑71은 구리가 낙관하고 있다는 증거. 참고도2의 흑1로 품을 넓히는 것도 유력한데 구리는 백이 2에서 6으로 움직이면 귀찮게 된다고 본 것이다. 흑71이 놓인 시점에서 형세는 어떨까. “백이 괜찮아 보입니다. 이번 시리즈 가운데 가장 유망한 형세 같아요.”(홍성지) “글쎄요. 흑도 불만은 없을 것 같아요. 중앙이 워낙 두터우니까요.”(박지은) 흑71이 놓였을 때 백의 입장에서 다음 착점이 어렵다. 김영환9단은 A로 두는 것이 대세점 같다고 제시햇고 홍성지8단은 B로 좌상귀를 굳히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이세돌이 실제로 둔 수는 백72였다. “이세돌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촌철살인이라는 말이 딱 이 경우예요. 이곳을 나오면 오른쪽 흑 6점이 공격대상이 되지요. 이세돌은 이런 자리에 아주 매력을 많이 느끼는 체질입니다.”(김만수) /노승일·바둑평론가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