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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일본 롯데의 공식적인 후계자로 낙점됐지만 일각에서는 아직도 불안함을 내비치는 시각이 잔존한다. 그룹 전체의 지분 구조를 볼 때 100% 후계를 장담하지 못하는 구도 탓이다.
이 때문에 주목받는 사람이 바로 신동빈 회장의 이복 누이인 신영자(73)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이다. 실제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 부회장과 신영자 이사장이 갖고 있는 롯데 계열사 지분을 합칠 경우 충분히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신영자 이사장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신영자 이사장이 일종의 '캐스팅보트'를 쥔 셈이고 이는 롯데그룹의 경영 구도에도 당분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신영자 이사장은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롯데닷컴 등의 그룹사에서 적지 않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제과의 경우 신영자 이사장은 3만5,873주를 보유해 지분율이 2.52%다. 신격호 총괄회장(6.83%)이나 신동빈 회장(5.34%)에는 못 미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3.95%)과 합치면 적잖은 규모다.
롯데쇼핑·롯데닷컴·롯데칠성음료·롯데정보통신에서 신영자 이사장의 지분율도 각각 0.74%, 2.66%, 1.3%, 3.51%다. 롯데쇼핑 지분율은 신동빈 회장(13.46%), 신동주 전 부회장(13.45%)과 격차가 크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이 각각 5.71%, 2.3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롯데닷컴에서는 격차가 좁아진다.
신영자 이사장은 이 밖에도 롯데 오너 일가로서는 유일하게 대홍기획의 지분 6.24%를 갖고 있다. 신영자 이사장이 이끄는 롯데복지장학재단도 롯데제과(8.69%), 롯데칠성음료(6.28%), 롯데푸드(4.1%) 등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신영자 이사장이 경영에 전면적으로 나설 기미는 아직까지 없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수년 전까지는 롯데백화점이나 호텔롯데에서 사장직을 맡으며 경영에 직접 관여했지만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을 맡은 후부터는 여타 직책에서 물러나 사회공헌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영자 이사장은 지난 1979년 롯데백화점 출범 당시부터 오랫동안 사업을 챙겨왔지만 이제는 재단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 때만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 잠실에 건축되고 있는 롯데월드타워가 100층을 돌파했을 때 신동빈 회장과 함께 참석하기도 했지만 그룹 차원의 숙원사업이기 때문이지 특별한 목적이 있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 그룹 측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영자 이사장이 다시 전면에 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는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사이에 불거질 수 있는 경영권 분쟁 때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일본 롯데의 각종 직책에서 물러난 데 이어 한국 롯데의 등기이사직에서도 잇따라 물러났다. 조심스런 관측이 오간 가운데 신동빈 회장이 15일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의 정기이사회에서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롯데그룹의 후계 구도가 마침내 확정됐다.
재계에서는 롯데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두 형제의 지분율 격차는 롯데쇼핑의 경우 0.01%에 불과하며 롯데제과는 1.39%, 롯데칠성 2.88%, 롯데건설 0.22%다. 롯데푸드의 지분율은 같고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우 두 형제가 20% 안팎으로 각각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신영자 이사장이 아버지의 뜻을 어길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첫 번째 부인인 고 노순화 여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신영자 이사장을 지극히 아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자 이사장의 딸인 장선윤씨가 4월 호텔롯데의 해외사업 개발담당 상무로 발령받으면서 경력을 쌓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롯데 오너 일가가 집안 다툼으로 추문을 빚은 적은 없었지만 갑작스레 물러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롯데가 유통 업계 등에서 워낙 대기업인 만큼 앞으로도 재계의 관심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