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없는 경기상승 불안하다

최근의 경기상황을 놓고 정부와 연구기관 사이에 진단이 엇갈려 주목을 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과열 우려」로 보고 있는데 대해 정부는 「아직은 괜찮은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진단이 다르니 처방도 각각일 수 밖에 없다. 어느쪽의 시각이 정확하든지 간에 일단은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점에서는 견해가 일치, 반가운 일이다.통계청이 며칠전 발표한 지난 9월중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실물경제지표는 전달인 8월보다는 약간 둔화되는 모습이었으나 경기회복 국면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9월의 도소매 지표를 보면 97년 9월을 100으로 했을 때 100.6으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00을 넘어섰다. 전달인 8월의 18.3%에 대비해서는 조금 낮은 14.1% 수준이나 그래도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산과 출하의 경우 97년의 수준을 회복한 것은 지난 3월로, 9월 현재의 지수는 각각 115.9, 117.6에 달했다. 이같은 상승세에도 불구, 설비투자(87.0)와 건설수주(62.7)는 여전히 97년 수준에 미치지 못해 경기의 언밸런스를 드러냈다. 투자보다 생산과 소비가 경기를 이끌고 있다는 의미다. KDI는 3·4분기의 성장률이 10%를 넘는 등 급속한 경기상승 국면임을 지적, 내년이후 인플레의 압력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저금리 정책이 경제의 실상을 반영한 것이 아니고 정책적 목적에서 이뤄진 것임을 감안, 자칫 경기과열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금리인상 등 「선제적 물가대책」이 필요하다고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대해 정부는 우리경제가 건강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을 뿐, 아직 과열이나 물가불안을 염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반론을 편다. 생산부문의 평균가동률도 9월중 79.1%로 경험적인 가동률 80%에도 미치지 못해 과열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9월중 94.4%를 기록, 아직은 국내경기가 그동안의 상승추세선에도 밑도는 상태라고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KDI나 모두 생산·소비의 증가율이 투자를 앞서고 있는 데 대해서는 불안한 시각이다. 특히 반도체·컴퓨터·자동차 등 일부업종이 생산증가율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물경기의 불건전성을 걱정하고 있다. 투자가 늘어 잠재력이 있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경기는 여느면 재고를 까먹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여력을 충전할 수 없으면 곤란이 따른다. 경기의 회복도 좋지만 투자를 앞서는 생산과 소비는 바람직한 패턴이 아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