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기상천외의 공격수

제5보(67~87)


흑67은 얼핏 눈에 들어오는 공격의 급소였고 사토루는 이것으로 여전히 흑이 좋다고 믿었다. 그러나 검토실의 가다오카 9단은 이 수를 박력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참고도1의 흑1, 3으로 몰아붙일 자리였다는 주장이었다. 복기시간에 이 지적을 받고 사토루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끄덕. 흑71로 지킨 수는 최선이다. 참고도2의 흑1로 지키면 백2로 하나 선수활용을 한 후에 즉시 4로 침입할 것이다. 이 게릴라는 잡히지 않는다. 백74로 쇄도해 들어가게 되어서는 백도 희미하나마 희망을 품어볼 수 있는 바둑이다. 흑75는 안형의 급소. 장쉬는 백76으로 젖혀 삶의 궁도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흑79의 활용이 멋진 수순이 되어 백대마는 아직 미생이다. 흑이 가로 안형을 없애면 백은 바깥으로 나가 살아야 하는 신세다. 흑83은 아직 형세가 나쁘지 않다고 본 신중책. 장쉬는 흑이 83으로 즉시 가에 잡으러 올 줄 알고 긴장하고 있었는데 83을 보자 얼른 84로 두어 한숨을 돌렸다고 한다. 백84는 흑이 가에 파호하는 경우에 타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되는 자리. 검토실에서도 백84가 놓여서는 역전 무드라는 얘기가 많았다. 그러나 사토루는 기상천외의 공격수를 준비해놓고 있었다. 흑85, 87의 콤비블로가 그것이었다. 흑87은 첫날의 봉수였다. 둘쨋날 아침 이 수를 입회인이 공개하자 장쉬는 깜짝 놀라 무려 30분을 고민했는데….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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