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백으로 두고 싶다

제3보(29~50)


천야오예는 중원을 키우지 않고 34로 뛰어들었다. 중원을 키운다면 참고도1의 백1인데 그것이면 흑은 무조건 2로 밀어올리게 된다. 이런 흐름으로 가면 흑의 실리가 백의 외세를 능가하게 될 것이다. “프로라면 이 수를 놓치지 않아요.” 루이 9단의 말이다. 백34는 절대수라는 얘기였다. 구리는 일단 35로 누르고 본다. 백이 모양의 급소인 36에 둘 때 37로 다시 눌러가는 것이 구리의 예정된 수순이었다. 필자의 제일감은 37로 40의 자리에 꽉 잇는 것이었다. 그것으로 흑이 매우 두텁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서봉수 9단에게 그 코스도 괜찮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웃으면서 참고도2의 백2 이하 8을 그려 보였다. 애초에 침입한 백 2점은 잡히게 되지만 흑진이 형편없이 찌그러들게 되며 나중에 백이 A로 두는 수가 흑대마 전체의 사활을 추궁하게 되므로 흑의 불만이라는 설명이었다. 천야오예는 흑진의 허점을 정통으로 돌파하고 나섰다. 백40 이하 50의 도발이 그것. “험한 싸움이에요. 백이 이 싸움을 주도하고 있어요. 구리가 이 싸움을 자초했다고 볼 수 있는데 여기가 오늘 승부의 분수령이 될 겁니다.” 루이 9단의 설명이다. 루이는 백으로 두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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