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2단계 로드맵 공동성명서 곧 발표

北 테러지원국 삭제 불분명 '불씨'
北측" 일방적 무장해제 안된다" 강경
북일 관계·美 강경파 공세 극복도 과제
최종 합의문엔 불능화 주체등 담길듯


미국이 2일(현지시간) 북한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를 목표로 한 베이징 6자회담 비핵화 2단계 잠정 합의를 최종 승인한 데 이어 일본ㆍ러시아도 곧 이를 승인할 것으로 보여 남북정상회담과 별도로 진행되는 북한 핵 문제는 단계를 밟아가며 진전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 비핵화 2단계 이행의 세부 내용이 곧 공식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강력하게 요구해온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교역법적용 해제 시기를 합의문에 명시하는 문제에 대해 미국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불씨를 남겨두고 있다. 중국이 베이징 6자회담에서 2단계 합의문 초안을 제시한 뒤 곧바로 뉴욕으로 날아온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합의 초안을 보고하고, 2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얻어 공식 승인 방침을 발표했다. ◇테러지원국 삭제 등 논란 여지 남아=힐 차관보는 “공동성명에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일정이 적시되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여건이 충족될 경우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다는 목표 아래 계속 협의하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지난 1일 6자 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귀국길의 베이징 공항에서 “ 성명서에는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일정이 분명히 담길 것”이라고 미국을 압박했다. 일본 정부는 베이징 6자회담에서 잠정 합의한 공동문서안에 대해 승인 방침을 정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3일 보도했다.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외상은 합의안에 대해 “핵 계획은 ‘완전 신고’가 이뤄져야 하지만 완전한 신고가 아니며, 불능화도 전부가 아닌 몇 개에 국한돼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일보 진전임에는 틀림없고 조기 발효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6자 장관급 회담의 개최 시기를 묻는 질문에 우선 북미ㆍ북일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의 등을 먼저 개최한 뒤 추후 장관급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말해 북일 실무그룹회의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에 대한 공감대 구축을 적극 모색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 커다란 정치문제로 부각돼 있는 납북자 문제가 북일 간에 원만히 타협될 수 있을 지, 미국 내 의회 동의 절차 등이 순조롭게 마무리 될 수 있을지 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불능화의 구체적 이행과 핵프로그램 신고의 세부 내용이 밝혀진 뒤 이의 실효성과 진실성을 둘러싸고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내 강경파들의 비판과 공세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과제다. 이에 대해 뉴욕을 방문 중인 최수헌 북한 외무성 부상은 기자회견에서 일본에 한반도 강점기에 자행한 범죄행위에 대한 사과, 군 위안부와 자산파괴행위를 포함한 잘못된 행동에 대한 보상을 촉구하는 한편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의 일방적인 무장해제가 아닌 북미 적대관계 청산과 한반도와 주변지역의 모든 핵 위협의 제거를 통해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 일본과 대립각을 세웠다. ◇ 최종 합의문엔 무슨 내용 담겼나=힐 차관보는 중국 측이 발표할 공동성명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전면 신고 이행을 골자로 한 개괄적인 설명만 반복했다. 그는 이제까지 알려진 중국 측 초안과 크게 달라진 부분은 별로 없으며 미국 측이 현장 인력 대거 투입을 필요로 하는 불능화 과정에 적극 개입할 것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따라서 중국 측이 발표할 최종 합의문에는 ▦북한 핵프로그램의 신고 ▦영변 5MW원자로ㆍ재처리시설ㆍ핵연료봉제조공장 등 주요 핵시설의 불능화를 연내에 이행한다는 북한의 약속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이 중심이 될 불능화의 주체 문제, 불능화 비용 부담 방안 등에 대한 초보적인 내용도 이번 합의문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보유한 플루토늄을 포함한 모든 핵프로그램을 신고 대상으로 한다는 내용과 함께 농축우라늄 프로그램(UEP) 의혹은 신고 과정에서 해명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 내역의 정확성에 대한 검증 관련 내용도 문안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이 같은 조치의 대가로 한ㆍ미ㆍ중ㆍ러 등 4개국이 불능화와 신고 이행에 맞춰 북에 제공하기로 한 중유 95만톤 상당의 지원방안도 합의문에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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