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카드.상호저축은행.대부업체 등 전 금융권이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부실 대출 방지를 위해 대출 심사를 강화하자 서민들이 돈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금난으로 정상적인 경제 생활이 한계에 도달한 서민들이 연 이자가1천%가 넘는 사채시장을 찾고 그 부작용으로 파산을 선언, 파산 신청자가 작년에 비해 100% 이상 늘어나고 있어 서민경제가 붕괴될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은행.보험.카드 서민대출 축소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서민들이 생활자금 등으로 이용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의 일반자금(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금액) 대출 잔액이 줄어들거나 증가폭이지난해보다 감소했다.
국민은행의 일반자금 대출 잔액은 지난 6월말 현재 43조원으로 지난 3월말의 43조4천억원보다 0.9% 줄었고 조흥은행의 일반자금 대출 잔액도 지난 3월말 8조6천262억원에서 6월말 8조3천529억원으로 3.2% 축소됐다.
신한은행의 일반자금 대출 잔액은 지난 6월말 6조2천420억원으로 3월말의 6조1천106억원보다 2.2% 늘어났지만 증가폭은 작년의 13.1%에 비해 대폭 줄었다.
은행들은 하반기들어서도 가계대출에 대한 지점장 전결한도 축소, 신용등급에따른 금리차 확대 등으로 가계 대출 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에 대한 은행의 문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대한.교보 등 생명보험업계 `빅 3사'의 지난 6월말 현재 신용대출 잔액은7조3천898억원으로 작년말의 8조6천783억원보다 14.8% 감소했다.
생보사 관계자들은 "담보가 있는 약관대출이나 부동산 담보대출은 늘어나고 있지만 신용대출은 심사 기준 강화 등으로 줄어들고 있고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다"고 전망했다.
카드사들도 서민들이 급전을 구하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현금서비스의 한도를계속 축소하고 있다.
6개 전업 신용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한도는 작년 6월말 33조4천776억원에서 12월말 26조3천834억원, 올 3월말 25조8천423억원 등으로 감소했다.
카드사들은 또 지난 2002년말 20%초반에 불과했던 현금서비스 최고 수수료를 경영난을 이유로 30%초반까지 인상, 서민들이 현금서비스를 이용하기 힘들도록 하고있다.
카드사 관계자들은 "현금서비스 한도가 이미 많이 줄어 감소세는 주춤하겠지만소득이나 신용도가 낮은 고객들의 한도는 계속 축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대부업체도 대출 난색
저축은행의 소액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2002년말 2조8천200억원에서 작년 6월말 2조5천600억원, 작년말 2조3천800억원, 올 3월말 2조2천억원대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소액 신용대출의 연체율이 50%가 넘어 대부분의 저축은행들이 소액 신용대출 취급을 중단해 신규 대출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서민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대부업체들의 대출 승인율은올해들어 10% 수준으로 작년의 40∼50%보다 대폭 떨어져 연 60%대의 고금리를 받고있는 대부업체까지 서민들의 대출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산 신청 100% 이상 급증
서민들은 이처럼 금융기관들의 대출 심사가 강화되자 돈을 구하기 위해 연 이자가 1천%가 넘는 사채시장을 찾거나 파산 신청으로 경제적 사망을 선언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한 서민들은 생계비나 병원비,등을 구하기 위해 사채를 사용할 수 밖에 없고 빚 독촉에 몰리게 되면 파산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들어 지난 1-3월중의 개인 파산 신청은 1천802건으로 작년 동기의 684건보다 163.5%가 늘어났다.
◆서민금융 위기 방치하면 서민경제 붕괴
금융 전문가들은 이같은 서민금융 위기가 지속되면 내수회복의 디딤돌이 돼야할 서민경제가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침체에 대한 금융기관의 극단적인반응으로 서민금융이 위축되고 있고 이로 인해 소비 등 서민들의 정상적인 경제활동까지 상당히 제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은 "금융기관들이 정밀한 신용평가를 통해 경기침체에 따른 서민들의 자금난을 완화해줄 수 있는 완충 역할을 해야 하고 정부도 서민금융을 지원할 수 있는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