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수(왼쪽)가 12일(한국시간)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와 조별리그 B조 1차전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어울려 한국 응원단 앞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포트 엘리자베스=원유헌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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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들이 검은 대륙에서 아시아 맹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2일 저녁(이하 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 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전반 7분 이정수의 선제골과 후반 7분 박지성의 추가골을 앞세워 그리스를 2대0으로 완파했다.
한국은 이어 열린 경기에서 나이지리아에 1대0 승리를 거둔 아르헨티나에 골 득실에서 앞서며 조 1위에 나섰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저력과 2006년 독일 월드컵 16강 좌절의 교훈으로 무장한 한국은 '유로 2004' 챔피언 그리스를 상대로 통쾌한 승리를 거두며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향한 첫 관문을 당당하게 통과했다. 이전까지 한국 축구는 월드컵 원정에서 유럽 팀을 상대로 4무8패에 머물렀다.
◇압박 축구의 힘=한국 축구의 강해진 면모는 그리스와 조별리그 1차전 결과에서는 물론 내용과 기록에서도 확인됐다.
이 경기에서 볼 점유율은 50%대50%로 같았지만 경기는 한국의 완승으로 끝났다. 한국은 18개의 슈팅을 날려 2골을 넣은 반면 그리스는 전후반 통틀어 슈팅 수가 고작 6개에 불과했다. 그리스는 유효 슈팅에서도 2개(한국 7개)에 그쳤을 만큼 한국의 수비에 완벽하게 틀어 막혔다.
그리스의 주축 공격수인 요르고스 사마라스(셀틱)는 경기 후 "한국은 미드필드에서 균형 잡힌 플레이를 하며 많은 찬스를 만들었다. 우리로서는 어려웠다. 한국의 압박이 뛰어났다"며 완패를 받아들였다. 그는 "기성용과 김정우 등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이 매우 타이트했다"고 높이 평가하고 키 플레이어로는 기성용과 박지성을 꼽았다.
◇역시 박지성=1대0으로 불안하게 리드하던 후반에 해결사로 나선 것은 '캡틴' 박지성(29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었다. 후반 7분 가로채기에 이어 수비진을 제치고 돌파한 끝에 골키퍼까지 따돌리고 골망을 뒤흔든 박지성은 양팔을 휘저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로써 박지성은 2002년 한일월드컵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3차전 결승골, 2006년 독일 대회 프랑스와 조별리그 2차전 동점골에 이어 3회 연속 본선 득점을 올렸다. 아시아 선수 본선 최다 득점에서도 3골로 안정환(다롄), 사미 알 자베르(사우디아라비아)와 동률을 이뤘다.
일본 언론도 극찬했다. 스포츠전문지 '스포츠호치'는 박지성의 골 장면을 "그리스도 어찌할 수 없는 압도적인 스피드와 기술을 보여줬다"고 설명하고 "최종 평가전에서 (허벅지 통증으로) 결장하면서 활약이 의문시됐지만 일류 선수답게 컨디션을 알아서 조절해왔다"고 소개했다.
◇이제는 아르헨티나=13일 오후 베이스캠프가 차려진 루스텐버그로 이동, 회복 훈련을 한 태극전사들은 14일 아르헨티나전(17일 오후8시30분)에 대비한 훈련을 한다. 15일 요하네스버그로 이동해 오는 16일 경기 장소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공개 훈련을 치른다.
선수들은 그리스전 승리 직후부터 "16강 진출 여부는 결국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이 끝나야 가려질 것"이라며 곧 평상심을 되찾았다. 해발고도 0m의 평지인 포트엘리자베스에서 경기를 치른 대표팀은 요하네스버그의 고지대(해발 1,753m) 환경에 다시 몸 상태를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