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조, 회사생존보다 '제 밥그릇 챙기기'

■ 현대차 인도 프로젝트 노조에 '발목'
勞 "생산물량 줄어 가계수입에 타격" 반발
소형차 해외-중대형차 국내' 생산전략 차질
使도 미래비전 제시하고 노조 설득 나서야"


생산물량을 둘러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제 밥그릇 챙기기’식 요구가 기어코 회사의 생존전략과 맞부닥쳤다. 현대차가 글로벌 생존전략으로 삼고 있는 기본원칙은 ‘가격경쟁력 및 생산성이 떨어지는 소형차는 해외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중ㆍ대형차는 국내에서’ 책임지는 것. 카파엔진의 인도 이전은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지만 노조로서는 ‘가계수입에 타격을 주는 결정’으로 받아들이는 형국이다. 회사 주변에서는 이와 관련, “(생산라인 해외 이전에 대한 노사협약으로) 예고됐던 시한폭탄이 드디어 폭발하는 것”이라며 “현대차의 글로벌 전략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진 국내 생산 때 가격경쟁력 약화=현재 울산공장 노조의 주장은 오는 10월부터 양산될 인도의 상트로(국내명 아토스)에 탑재할 카파엔진을 울산에서 생산, 조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인도의 부품관세가 무려 40%에 이른다는 점을 볼 때 현대차는 소형차의 각축장인 인도는 물론 유럽이나 중남미 등지에서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새로 준공할 인도 2공장에 30만대 규모의 카파엔진 조립라인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소형차는 성능과 함께 가격경쟁력이 승패를 좌우한다”며 “40%에 이르는 고율의 관세까지 부담한다면 글로벌 자동차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울산공장 엔진사업부 노조지회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엔진조립 라인을 인도에 설치하려고 한다며 반발하면서 사측은 물론 노조 집행부를 압박하는 실정이다. ◇생산물량 안 주면 파업하겠다=노조의 비합리적 행태는 클릭과 베르나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울산 1공장 노조는 올 들어 국내 소비는 물론 수출 부진으로 소형차의 생산물량이 줄어들자 ‘물량을 주지 않으면 파업하겠다’는 차원에서 1,700여명의 노조원을 대상으로 지난 18일부터 19일 새벽까지 파업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이들은 지난달부터 근무시간 단축(하루 10시간→8시간)으로 잔업과 특근이 사라지면서 한달에 100만원가량 임금이 줄어들자 최근 임금단체협상과는 상관없이 파업할 태세를 보인 것이다. 당초 현대차는 클릭 생산물량을 인도로 넘기는 대신 아산공장의 NF쏘나타 생산물량 7만대를 울산 1공장으로 가져오기로 했다. 더욱이 2월 NF쏘나타 생산라인을 갖췄지만 아산공장 노조원의 물량 이전 반대와 노조 내부의 이견이 조율되지 않아 아직 가동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한 관계자는 “1공장 노조원들이 생산물량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은 노노(勞勞) 갈등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한 표현”이라며 “실제로는 아산공장의 NF쏘나타 물량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측은 미래비전 제시하고 노조 설득해야=노조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현대차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자칫 임단협 기간 중 노조의 심기를 건드려 파업 등 쟁의에 돌입할 경우 손실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현대ㆍ기아차가 노조에 고통분담을 요구한 것처럼 전략적 차원에서 노조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대학원장은 “소형차를 해외로 이전하는 전략은 울산공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다는 차원에서 노조를 이해시켜야 한다”며 “이번 임단협 기간에라도 회사의 미래비전을 확실하게 인식시켜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현대차는 9일 여유인력의 전환배치와 임금피크제, 해외공장 우선 폐쇄 삭제 등을 담은 단체협상 개정안을 제시하며 노조에 고통분담을 요구했다. ● 카파엔진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차세대 소형엔진
노사 갈등의 쟁점으로 떠오른 카파엔진은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자체 기술로 개발한 차세대 소형 엔진이다. 알루미늄 실린더 블록으로 만들어져 작지만 강력한 파워를 뿜어내는 게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현대차 측은 개발 초기부터 인도를 중심으로 유럽, 중남미 등지의 소형차 시장을 겨냥해 1,200㏄급 엔진을 만들었다. 인도의 경우 상트로(국내명 아토즈)의 후속모델(프로젝트명 PA)에 장착해 소형차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카파엔진은 상트로의 1,000㏄ 입실론 엔진의 뒤를 잇지만 확장된 배기량을 훨씬 능가하는 파워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자체 개발 엔진의 라인업인 알파ㆍ베타ㆍ감마ㆍ세타ㆍ람다ㆍ뮤ㆍ오메가 등의 계보를 잇는 소형차 전용 특수엔진인 셈이다. 카파엔진은 알루미늄 실린더 블록으로 제작돼 혁신적인 기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알루미늄은 엔진의 내구성을 높이면서도 차량의 무게를 줄일 수 있어 고급 차량의 엔진이나 차체에 널리 쓰이고 있다. 다소 비싸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인도 현지에 동반 진출한 현대모비스가 엔진모듈 형태로 제작, 공급할 예정이어서 엔진 성능의 완성도를 높이면서도 원가를 줄일 수 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소형 엔진이지만 강력한 힘을 발휘하도록 제작된 만큼 인도는 물론 유럽과 중남미 소형차 시장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