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4월 21일] 세계가 시샘하는 '한국우정'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와 정보기술(IT)의 급격한 발전에 따른 수익 악화 등으로 전세계 우정사업이 몸살을 앓고 있다. 미 의회 회계감사원(GAO) 보고서를 인용한 한 외신보도에 따르면 "미 연방우정공사(USPS)가 재정적으로 독자 생존하기 위한 과감한 조치를 빠른 시일 내에 취하지 않을 경우 세금이 대거 투입되는 구제금융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美·日 우정국 수익악화로 몸살 전세계 우편배달 물량의 절반가량을 소통시키는 미 연방우정공사는 1ㆍ4분기(2009년 12월~2010년 2월)에만 2억700만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부터 매년 순손실을 본 미 연방우정공사는 지난해에도 우편 물량이 12.7% 감소하면서 38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앞으로 10년간 총 2,380억달러의 누적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미 연방우정공사는 지난해부터 주5일 배송을 검토하는 등 비용절감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회계감사원은 조직을 축소하고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할 것과 6일 내 배송해야 하는 의무조항의 삭제를 권고했다. 미 연방우정공사의 적자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경기가 침체되고 e메일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수익이 악화된 게 큰 요인이겠지만 페덱스나 UPS 같은 민영 운송업체의 공격적 경영으로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진 탓도 크다. 일본은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과거로의 완전한 회귀는 아니지만 되돌리기에 나서고 있다. 2007년 10월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모든 점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국민생활의 편의성 하락이라는 절망으로 바뀌었다. 일본의 경우 일본우정이라는 지주회사 아래 우편사업회사와 우편국회사, 유초은행(예금)과 간포생명보험(보험) 등 4개 자회사를 두고 민영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회사 분리로 우편ㆍ금융의 보편적 서비스가 오히려 후퇴하면서 국민의 원성이 높다. 게다가 농어촌 지역에서는 341개 우체국이 사라지면서 지역사회 안전망 역할이 축소돼 불안감마저 고조되는 실정이다. 이런 폐해를 줄이려는 '우정개혁'은 최근 가메이 시즈카 금융우정상이 법안을 발표하면서 구체화되고 있다. 우편을 모회사, 금융을 자회사로 하는 이원적 구조로 재편하는 것이 골자다. 민영화 후 우편에만 적용했던 보편적 서비스 제공 의무를 금융에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당초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부르짖었던 '새로운 보통을 만든다'는 모토를 이제야 실천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미국ㆍ일본의 우정이 진통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한국우정의 현실은 어떨까. 한국우정은 지난해 우편ㆍ금융에서 1,688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12년 연속 흑자경영을 달성했다. 대체통신 발달의 가속화로 일반 우편물이 감소하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고 전략상품을 육성한 덕택이다. 우편시장 개방에 대비해 계약등기와 맞춤형 전자우편 등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고 인터넷쇼핑 활황에 따라 큰 폭으로 성장하는 택배와 국제특송 시장에서 차별화된 품질위주의 서비스를 제공해 매출을 증대한 것이다.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도 11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3,700개의 우체국을 하나로 연결한 국내 최대의 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누구든지 강원도 산간마을에서 마라도까지 신속하고 안전하게 우편물을 보낼 수 있다. 또 고객만족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현장 중심의 고객서비스를 펼친 것이 큰 몫을 했다. 그러나 한국우정이 미국ㆍ일본과는 다르게 성장을 거듭하고 국민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는 것은 무엇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통의 편지를 묵묵히 배달하는 1만7,000여명의 집배원들이 노력한 결실이다. 경기침체에도 12년째 흑자경영 1884년 4월22일 고종황제는 미국과 일본 등 외국을 돌아보고 신식 우정사업이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홍영식 선생의 건의를 받아들여 우정총국 개설을 지시했다. 4월22일 정보통신의 날은 이날이 기원이다. 120여년이 지난 지금, 미국ㆍ일본의 우정사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반면 뒤늦게 이들 나라에서 선진문명을 도입한 우리나라는 지속적 발전을 하고 있다. 한국우정이 눈부신 경영성과와 두터운 국민적 신뢰로 미국ㆍ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듯이 'MADE IN KOREA'가 세계를 선도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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