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중소기업을 만들자] <1부-하> 현지거접 확보가 최우선

'맞춤형 현지화'가 해외진출 성패 좌우



[강한 중소기업을 만들자] 현지거접 확보가 최우선 '맞춤형 현지화'가 해외진출 성패 좌우 이현호 기자 hhlee@sed.co.kr • '수출인큐베이터' 현장을 가다 • 떠오르는 해외 조달시장 • 현지거접 확보가 최우선 김치제조 전문업체 한성식품. 지난해 6월 한국의 대표음식 김치를 세계인에게 알리기 위해 미국에 이어 러시아 진출을 계획했다. 미국의 성공적인 진출을 기반으로 러시아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것. 하지만 러시아는 미지의 세계 그 자체였다. 판로개척을 위한 판매망 설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획조차 그릴 수 없어 포기해야만 하는 난감한 문제가 반복해 발생했다. 그러나 마침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모스크바에 수출인큐베이터를 설치, 중소 수출업체들의 해외진출 거점을 확보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출인큐베이터에 입주, 저렴한 사무실 공간과 바이어 정보, 현지인 마케팅 고문 조언 등의 지원을 초석으로 러시아 진출 기반을 다져나갔다. 특히 마케팅 고문의 조언을 받아들여 현지인을 중간관리자로 채용하고 근로자를 키웠다. 지난해 말에는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러시아 학생들과 주부들을 상대로 한국 전통김치에 대한 특별강연과 시연행사 등 현지문화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노력을 했다. 덕분에 올 초부터 계약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국 브랜드 이미지보다는 김치의 맛, 즉 현지시장에 맞는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을 파고든 것이 효과를 본 것이다. 김순자 사장은 “중소업체가 해외시장 진출을 고려할 때 가장 힘든 것이 판로개척을 위한 현지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며 “운이 좋게도 모스크바 진출시기가 수출인큐베이터 설치와 맞아떨어져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며 어렵지 않게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중소 수출업체가 해외진출을 위해 수출확대를 위한 제품경쟁력 강화는 물론이고 해당 국가의 현지화를 위한 거점확보는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가 되고 있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조직력과 자금력,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업 간 경쟁은 전쟁 상황을 방불케 할 만큼 치열해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제는 맞춤전략 수출을 구사할 수 있는 현지거점 확보를 기반으로 한 현지화 전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인 것이다. ◇현지거점 확보가 사업 성패 좌우=해외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그 사회에 얼마나 빠르게 정착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현지화에는 현지거점 확보라는 필수조건이 따르는 법이다. 현지화 전략 중에서도 진출국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무엇보다 최우선 과제로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채용태 중진공 베트남 수출인큐베이터 소장은 “글로벌 기업들도 해외시장 진출에 있어 현지화 전략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며 “현지인 고용과 현지문화에 파고들 수 있는 거점확보 전략이 특히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스포츠 의류 및 신발 가공업체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에서 14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9개의 현지 자회사를 거느린 방글라데시 최대의 제조업체로 고용 인원은 3만4,158명. 지난 2005년에만 2억5,34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80년 외국인투자 1호로 현지에 진출했지만 현지사정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해 노사분규 등으로 쓴맛을 봤다. 87년 다시 진출하면서 현지인을 중간관리자로 채용했다. 또 직원 대다수가 이슬람 교도라는 점을 감안, 공장에 기도실을 별도로 마련하는 등 현지 문화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완벽한 현지거점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 것.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지난해 5월 다카 지역 봉제공장의 노동자 폭력 소요사태 당시에 이 회사 공장은 조용할 만큼 성공적인 현지화를 이뤄냈다. 이 회사 성기학 회장은 “이번 경험을 통해 현지화 전략이 단순히 제품을 현지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정도가 아닌 해당 국가의 비즈니스 특성을 이해해 고객의 요구를 맞출 수 있는 거점확보가 최우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맞춤형 현지화 전략으로 승부=현지화 전략은 진출국가별 상황에 맞는 차별화가 필요하다. 현지 바이어와 문화 등의 특성을 미리 알고 접근하는 게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물류와 마케팅 지원방안 등을 현지상황에 맞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홍진동 중기청 해외시장팀장은 “중소 수출업체가 미국 등 해외조달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맞춤형 현지마케팅 지원을 강화하거나 현지거점과 전문 인력풀을 양적ㆍ질적으로 확충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컴퓨터용 냉각장치 생산업체 에이팩. 이 회사 송규섭 사장은 직접 제품을 들고 유럽으로 날아가 시장개척에 나섰다. 품질과 가격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산 넘어 산이었다. 제품 특성상 소량제품을 신속하게 납품해야 하기 때문에 현지 물류센터 구축 여부를 문의하는 순간이면 바이어의 ‘NO’라는 답변 때문에 상담이 곧바로 깨져버리기 일쑤였다. 이에 송 사장은 네덜란드 현지 KOTRA 암스테르담 무역관의 문을 두드렸다. 국내 중소기업의 유럽시장 공략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되는 공동물류센터를 활용하기로 결정한 것. 유럽에 내다팔 생산제품을 공동물류센터에 입고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송 사장은 “현지 바이어들은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 없으면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다”며 “물류창고를 확보했다는 소식이 바이어들에게 알려지면서 주문이 쇄도했다”고 귀띔했다. 박부일 다다실업 회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80년대 중반 미국을 방문했을 때 사업 아이템으로 모자를 정했는데 야외활동을 즐기는 미국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고 결정한 것이다. 이를 위해 비용절감 효과 측면에서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겨 4개국에 13개 공장을 설립,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덕분에 세계 스포츠 모자 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다다실업은 연간 5,000만개의 모자를 생산해 전량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박 회장은 “당시 섬유산업은 사양산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개개인의 취향이 크게 작용하는 모자산업은 가장 안정적인 현지화가 가능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과감히 도전했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08/2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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