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국가 대개조'의 특명을 받은 안대희 국무총리 지명자의 '대망론'을 놓고 여의도에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세월호 참사'로 당정청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투입된 안 내정자가 여권의 대통령 후보로 부상할 수 있느냐는 게 관전 포인트다.

정가에서는 안 내정자가 소신과 강단 있게 국정을 통할하는 과정에서 민심과 박심(朴心·박 대통령 의중) 사이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안 내정자가 국민과 박 대통령의 신망을 모두 얻을 경우 단숨에 대선주자급으로 올라설 여지는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새누리당에는 김무성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 등 대선 인재풀이 협소하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안 내정자는 국가안보처와 행정혁신처까지 포괄하는 책임총리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며 "국정 경험과 개혁 마인드로 어필하면 충분히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친박근혜계인 유기준 의원도 "충분히 소신 있게 대통령께 할 말도 하면서 행정조직 개혁 등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유임된 상황에서 안 내정자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소신을 맘껏 펼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만만찮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왕실장' '기춘대원군' 등의 별명을 갖고 있는 김 실장에 눌려 제대로 역할하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안 내정자가 과거 대쪽검사 이미지에 맞춰 소신과 강단 있는 면모를 지속할 경우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정이 흔들거리는 것은 물론 김영삼 전 대통령과 대립한 뒤 총리직을 뛰쳐나와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이회창 전 총리의 길을 밟을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실제 안 내정자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선대위에서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서 당시 박 후보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새누리당의 또 다른 의원은 "안 내정자가 지나치게 원칙과 소신을 내세울 경우 청와대와의 대립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청와대와 조화를 이루면서 민심을 어루만지고 개혁을 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그에게 주어졌다"고 말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안 내정자가 대통령과 제대로 소통이 안 돼 각을 세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도 안 내정자의 미래에 대해 박하게 점치고 있다. 대검 중수부장과 대법관 출신의 법조인으로서 정치나 행정 경험이 없어 정무감각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그분은 20대부터 속칭 '영감' 소리를 듣는 권력 기관에만 있었다"며 "창조적인 일을 하고 정국의 실타래를 풀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안 내정자 '책임총리'가 되기는 힘든 여건이어서 결국은 '제2의 이회창'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과연 이회창 총재처럼 여당의 대선 후보로 안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