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보단 정교함이 필요"

베이힐대회 주최자 파머, 코스 난이도 높이며 선수들에 충고

‘정교함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일단 멀리 날려야 한다.’ 베이힐 인비테이셔널 대회 주최자인 아놀드 파머(77)가 골프 계의 영원한 논쟁인 ‘장타 대 정교함’ 논쟁을 새삼 촉발시켰다. 파머는 16일 새벽 이 대회 프로암에 출전, 미국PGA투어 커미셔너인 팀 핀첨에게 “요즘 PGA투어 코스들은 무조건 전장만 늘리려고 하는데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다”며 자신이 거리로는 극복하기 힘들도록 코스 난이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파머가 선택한 방법은 러프를 기른 것. 평소 4cm 수준이었던 베이힐 코스의 러프를 9cm 이상까지 자라도록 했다. 파머는 러프 길이에 대해 “가축을 놔 먹여도 좋을 만하다”며 “무조건 질러 치기만 해서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점잖게 충고했다. 파머의 말처럼 이날 프로 암 대회 때부터 선수들은 지난해와 달리 길게 자란 러프에 볼을 빠뜨린 뒤 헤매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티 샷할 때 러프 때문에 위압감을 느끼기도 하고 볼이 빠지면 어디 있는지 찾기도 힘든 경우까지 있다’는 것이 일부 선수들의 하소연이었다. 그러나 사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선수들이 있는 것도 사실. “러프라도 숏 아이언을 잡을 만한 위치까지 보낼 수 있다면 문제 없을 것”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는 장타자들이다. 평소 “페어웨이에서 7번 아이언 잡는 것보다 러프에서 웨지 샷을 하는 것이 낫다”고 말해 온 우즈도 프로암 라운드 후 “9번 아이언을 써서 빠져 나왔다”며 러프가 길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정교함’을 중요시하는 노장의 코스 세팅과 ‘파워 샷’에 위력을 믿는 젊은 후배들의 장타 경쟁이 어떤 결과를 낼 지에 더욱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파머가 올해 대회를 앞두고 코스에 특별히 더 신경을 쓴 것은 투어 측이 내년부터 베이힐 인비테이셔널을 ‘아놀드파머 인비테이셔널’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데 대한 보답차원에서 ‘최고의 대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회는 ‘황제’ 타이거 우즈를 비롯해 비제이 싱, 레티프 구센, 어니 엘스 등 세계랭킹 5위권자 중 4명이 출전하는 등 선수 면면이 화려하며 여기에 파머가 대회 코스 난이도를 크게 높여 최고의 기량싸움이 펼쳐질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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