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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분양시장의 중심에 섰던 '위례신도시'. 서울 강남권의 유일한 신도시로 하반기 들어서는 청약경쟁률이 '수십 대 일'을 기록하는 단지가 잇따라 등장하는 등 전반적인 시장침체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위례신도시는 2000년대 초ㆍ중반 부동산 대세 상승기에 나타났던 투자 행태와는 사뭇 달랐다. '묻지 마 투자'는 찾기 힘들었고 수요자들은 나름의 '합리적인 판단 기준'에 따라 움직였다. 이 때문에 시장전문가들은 위례신도시 아파트 청약에서 부동산시장 침체기 수요자들의 투자 패턴을 읽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위례신도시 청약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호황기 시장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며 "하지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다양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고 향후 시장에서도 이런 기준이 지속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시세차익 가능성에 가수요도 등장=우선 위례신도시 분양의 잇따른 성공은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심리가 여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경기의 장기침체로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지만 위례신도시는 인근 시세보다 분양가가 싸게 책정돼 수요자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여기에 준강남권으로 대표되는 입지에 기반시설 설치가 용이한 신도시로 조성되면서 향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강남권의 신규물량은 재건축단지로 한정돼 있는데 이는 너무 비싸 접근이 쉽지 않다"며 "위례 물량들은 분양가가 비교적 접근 가능한 수준이고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전망이 밝아 소비자들이 대거 청약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9월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이 폐지되면서 가수요가 형성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가수요는 입주 후 매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거두려는 의도보다는 분양권 전매를 통해 분양 초기 형성되는 웃돈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위례신도시 내 입점 예정인 H공인 대표는 "위례 민영아파트는 분양권 1년 전매제한이 있지만 1년 정도는 충분히 기다릴 만하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단기투자가 목적인 이들은 전매를 통해 프리미엄만 챙기려고 청약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수요는 결과적으로 높은 청약률에 비해 계약률이 저조한 결과를 불러왔다는 평가다. 위례신도시 인근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 분양한 단지 중 일부는 청약률은 비교적 높게 나타났지만 계약률은 절반을 가까스로 넘기기도 했다.
◇선택 기준 더욱 세분화=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2009년 이후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지면서 투자자들이 한층 더 꼼꼼해졌고 이러한 성향이 위례신도시 분양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분석한다. 위례신도시는 서울 송파, 경기도 성남시와 하남시 세 지역에 걸쳐 조성되는 신도시다. 이 중에서 송파권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가장 높았고 성남이 뒤를 이었으며 하남권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찬밥' 신세였다. 지금은 동ㆍ서판교로 나뉘면서 상대적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판교신도시가 분양 당시에는 지역에 상관없이 분양 성공을 거둔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위례신도시 송파권에 분양한 아파트는 대부분 높은 경쟁률로 마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 11월 중순까지 위례신도시에 공급된 9개 민영아파트 중 송파권역에서 분양한 4개 단지는 모든 주택형이 순위 내에 마감됐다. 반면 성남권 '위례 센트럴 푸르지오'와 하남권 '위례 그린파크 푸르지오'에서는 일부 주택형이 미달됐다.
테라스하우스ㆍ펜트하우스 등 희소성이 큰 아파트에 대한 관심도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하다'는 만족감과 함께 향후 일반 아파트보다 더욱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래미안 위례신도시의 경우 테라스하우스 24가구 모집에 3,082명이 몰려 128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고 2가구만 분양됐던 99㎡(이하 전용면적)의 테라스하우스는 무려 379대1이라는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위례1차 아이파크 펜트하우스 역시 128㎡A타입 1가구 모집에 207명이 몰렸고 128㎡B타입은 2가구 모집에 291명이 몰려 145.5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작은 주택형 선호…틈새평형 더 인기=올해 분양한 위례신도시 아파트의 대부분은 전용면적 기준 85㎡ 초과의 중대형 아파트다. 하지만 중대형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주택형들이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21일 청약 결과 전 타입이 1순위 마감된 '위례2차 아이파크'는 90ㆍ108ㆍ115㎡ 등 3개의 주택형으로 구성됐지만 청약경쟁률 1~2위 모두 90㎡AㆍB형에서 나왔다. 위례1차 아이파크에서도 87㎡A형 39가구 모집에 2,408명이 몰려 61.7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건설업체 관계자들도 "다운사이징 전략이 분양 성공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전에는 공급이 거의 되지 않았던 90㎡형이나 101㎡형 등 틈새평형에 대한 수요도 높았다. 추가비용 없이 발코니를 확장해주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132㎡ 이상의 대형 아파트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든 대신 확장을 통해 115㎡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상품들에 대한 선호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청약통장 예금액은 600만원 전후가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틈새주택형 역시 이런 수요자 분석을 통해 건설사가 공급을 늘리고 있고 수요자들 역시 이에 호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