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가 아닌 아파트 주차장에서 음주운전을 한 경우 형사처벌은 받을 수 있지만 면허까지 취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왔다.
도로교통법이 개정된 후 도로가 아닌 장소에서 음주운전을 했더라도 면허를 취소할 수 없다는 확정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김모씨가 광주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운전면허 취소사유인 음주운전은 도로교통법상 정한 도로에서 운전한 경우로 한정될 뿐 도로 이외의 곳을 운전한 경우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원고가 차량을 운전한 곳을 도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옳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지난해 1월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아파트로 귀가했다.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자 김씨는 대리운전 기사에게 주차구획선 가까이에 차를 세워달라고 했다.
이후 차량 이동 문제로 다른 아파트 주민과 말다툼이 벌어졌고 결국 경찰이 출동했다.
이 과정에서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돼 면허가 취소되자 김씨는 면허취소 처분에 불복,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운전면허 취소사유인 음주운전이 반드시 도로에서 운전한 경우로 한정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법 개정 후에도 운전면허 취소·정지사유인 음주운전은 도로에서 운전한 경우로 한정된다고 판단,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도로교통법상의 도로 외의 곳에서 음주 운전한 경우에 운전면허 취소ㆍ정지처분의 대상이 안 된다는 것을 명백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다만 이 경우에도 형사처벌은 가능하며 아파트 단지라도 위치와 장소의 성격에 따라 도로로 볼 여지가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