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통령 사과 요구에 침묵 이유는

'YS·DJ식 레임덕' 우려 때문인듯
YS·DJ 아들비리 사과후 국정 방향타 상실
"이번 사건은 권력형 비리 아니다" 판단도
핵심 측근·친인척 연루땐 사과 불가피할듯


靑, 대통령 사과 요구에 침묵 이유는 'YS·DJ식 레임덕' 우려 때문인듯YS·DJ 아들비리 사과후 국정 방향타 상실"이번 사건은 권력형 비리 아니다" 판단靑내부선 "적절한 형식 유감 표명" 의견도 권구찬기자 chans@sed.co.kr 김병기기자 bkkim@sed.co.kr '바다이야기' 파문에 여권이 입을 맞춘 듯 일제히 대국민 사과를 한 지난 29일 청와대는 침묵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일 국제노동기구(ILO) 행사 참석차 부산으로 내려갔다. 노 대통령은 30일 김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자리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복합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분석해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하는 선에 그쳤다. 노 대통령은 이번 파문과 관련해 '개도 짓지 않더라'는 등 숱한 발언을 쏟아냈으나 사과문제에 대한 육성(肉聲)은 없었다. 파문이 불거진 18일 이후 12일째 침묵이다. 29일 한명숙 총리의 3번째 대국민 사과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사과에 이어 이번 파문의 당사자 격인 문화부 장관 출신의 정동채 의원이 당직을 내놓았지만 악화된 여론은 진화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왜 청와대 스스로 '정책오류'라고 인정하면서도 국정 최고책임자가 납득할 만한 사과를 하지 않는지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총리가 같은 사안을 두고 3번씩 사과한 것도 볼썽사나울 뿐더러 한 총리가 '방탄총리'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 사과문제와 관련, "청와대의 공식적 입장은 '선 사실 규명 후 사과 여부 검토'라는 데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침묵은 '바다이야기' 파문에 대한 청와대의 성격규정에서 출발하고 있다. 청와대는 검찰수사의 최종 수사결론을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사건은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노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장으로 입장하면서 한 총리를 향해 "게이트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단언을 했다. 대통령의 사과문제는 임기 말이라는 시기적 특수성과 여론에 밀려서는 '이도 저도 안된다'는 노 대통령 특유의 국정스타일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을 7개월 앞둔 2002년 5월 세 아들 비리로 대국민 사과와 함께 탈당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도 96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로 레임덕이 시작되더니 97년 5월 아들비리 문제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국정 방향타를 상실했다. 이런 전례에 비춰볼 때 임기 말 대통령의 사과는 레임덕의 시작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청와대의 우려가 깔려 있는 듯하다. 특히 이번 사안을 정책실패로 규정하고 있는 청와대로서는 만약 대통령이 정책실패에 대해서도 사과한다면 임기 말 국정관리가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이 강하다. 앞으로 또다시 사과요구공세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사과는 야당이 규정한 '권력형 비리'임을 자인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물론 청와대가 대통령 사과 가능성을 완전 배제해둔 것은 아니다. 이병완 실장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은 사과에 인색한 분이 아니다"며 여지를 열어두긴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참모진 사이에서는 정책실패를 인정한 만큼 대국민 담화문 수준은 아니지만 적절한 형태로 사과 내지 유감의 뜻을 표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우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농민사망사건에 대한 노 대통령의 사과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대통령이 사과 담화문을 직접 읽어내려간 데 대해 약간은 의아했다"며 "이번 사안이 그 정도도 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대통령의 사과문제는 당ㆍ청 갈등을 우려한 여당 지도부의 미온적 태도, 이번주 말 대통령의 해외순방 등을 감안하면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지만 검찰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청와대의 의지와 무관하게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입력시간 : 2006/08/30 18:17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