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재무건전성 척도인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지난 3ㆍ4분기 중 소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영실적이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하이브리드(신종자본증권)나 후순위채를 대규모로 발행하는 등 사실상 `빚`을 내서 임시로 자기자본을 확충한 경우가 많아 결국 부메랑이 돼 경영에 부담을 지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지난 9월말 현재 자기자본비율은 10.74%(잠정)로 2ㆍ4 분기의 10.51%에 비해 0.23%포인트 상승했다. 자기자본비율은 대출 등 BIS가 정한 기준에 따라 대출 등 위험자산에 가중치를 두어 계상한 후 이에 대한 자기자본의 비율을 구한 것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은행의 재무건전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러나 국민은행이 3ㆍ4분기에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진 것은 경영실적이 좋아져 자본잉여금이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약 5,3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과 하이브리드의 발행에 의한 것이다. 후순위채와 하이브리드는 직접적인 자본확충 수단은 아니지만 `보완자본`으로 간주돼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제일은행도 9월말 자기자본비율이 6월말에 비해 0.54%포인트 높아진 11.46%로 개선됐지만 지난 9월 약 2,000억원에 이르는 후순위채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또 한미은행 역시 지난 7월 2,400억원의 하이브리드를 발행하면서 9월말 BIS비율이 11.74%로 전분기보다 0.93%포인트 높아졌다.
하나은행의 경우 3ㆍ4분기에 1,8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1,500억원대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한데 힘입어 9월말 자기자본비율이 0.64%포인트 상승한 10.92%를 기록했다. 신한은행도 3ㆍ4분기 2억5,000만 달러의 외화후순위채를 발행하고 1,6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자기자본비율이 10.6%(잠정치)로 2ㆍ4분기보다 약 0.4%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한 은행권의 후순위채와 하이브리드 발행이 올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후순위채와 하이브리드는 연 이자율이 6~7%대로 예금에 비해 2~3%포인트 높아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최원정기자 abc@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