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2010년 현대건설 인수전 당시 납부한 수천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둘러싸고 현대건설 채권단과 벌인 송사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이겼다.
5일 서울고법 민사16부(최승열 부장판사)는 외환은행 등 현대건설 채권단이 현대상선을 상대로 "1심 판결 후 지급한 2,400억여원 상당의 가지급금을 다시 돌려달라"며 낸 항소심에서 항소기각 판결했다.
재판부는 "교섭이 파탄에 이르게 된 원인은 현대그룹 컨소시엄의 인수자금 조달능력의 불확실성 때문이었으나 이는 채권단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해 심사했을 당시 이미 인식된 문제였다"며 "그러나 채권단들은 매각 절차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진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현대그룹 측이 이행보증금을 몰취당할 수 있는 위험에 빠뜨린 측면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만약 이 교섭 결렬로 당사자들에게 손실이 발생했다면 그 손실 대부분은 문제점을 인식하였으면서도 적절한 조치 없이 매각 절차를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한 채권단들이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현대그룹 컨소시엄은 2010년 현대건설 매각 당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채권단에 이행보증금 2,755억원을 납부하고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자금이라고 밝힌 프랑스 예금계좌의 1조2,000억원에 대한 출처를 문제 삼아 양해각서를 해지했다.
현대건설은 이듬해 현대차그룹에 인수됐고 현대그룹은 "부당하게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당해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고 지난 7월 1심에서 승소해 채권단으로부터 이자를 포함해 2,400억원가량을 지급 받게 됐다. 반면 채권단은 양해각서 체결에 원인을 제공한 현대그룹 측에 반환해야 할 액수가 이행보증금의 4분의3에 이르는 등 과도하다며 8월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