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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뮤지컬 시장은 세월호 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며 흥행이 입증된 대형 라이선스 작품의 재연이 주로 무대에 올랐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창작뮤지컬이나 라이선스 초연 작품은 투자자들의 투자 기피로 공연이 연기되거나 취소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하반기엔 국내 초연 라이선스 작품과 창작뮤지컬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를 예정이라 침체됐던 시장에 활력소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0~11월엔 공교롭게 독일 문호들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창작뮤지컬 두 편이 격돌한다. 지난 22일 개막한 창작 록뮤지컬 '더 데빌'은 독일 문호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이지나 연출과 마이클 리, 한지상, 윤형렬, 차지연 등 실력파 배우들의 의기투합으로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원작의 이야기는 최상의 지식을 욕심내며 절망하는 파우스트와 그런 파우스트를 쾌락의 늪으로 유혹하며 영혼을 탐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끌고 갔다면, 더 데빌에서는 블랙 먼데이(1987년 미국 뉴욕증시 대폭락 사건)에 모든 것을 잃은 주식 브로커 존 파우스트와 그의 심장을 원하는 정체불명의 'X', X로부터 존을 구하려 하는 비운의 여인 그레첸이 등장한다. 11월 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창작 뮤지컬의 대부 윤호진 에이콤 대표가 10월 선보일 '보이첵'은 독일의 게오르그 뷔히너의 미완성 희곡을 바탕으로 한다. 1820년대 독일, 생계를 위해 생체 실험에 지원한 말단 군인 보이첵이 정신 착란증세를 보이다 그를 지키려던 연인 마리의 어쩔 수 없는 부정을 알고 극단적인 선택을 결심하는 내용을 담았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8년간 공들인 작품으로, 윤 대표는 "보이첵은 보편적이면서도 강렬한 드라마를 품고 있는 희곡임에도 아직 한 번도 대형 뮤지컬로 만들어진 적이 없었다"며 "이 작품이라면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다현, 김수용 등 인기 배우와 영국 언더그라운드 밴드 '싱잉 로인스'가 참여한 뮤지컬 보이첵은 10월 9일부터 11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12월엔 2007년 아일랜드 음악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영화 '원스'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원스'가 개막한다.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뮤지션 남자와 애정으로 그의 노래를 완성시켜주는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원스는 2012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공연되며 그 해 토니상 8개 부문을 휩쓸었고 영국에서도 올리비에상 2개 부문 수상작으로 꼽히는 등 흥행을 거뒀다. 이번 한국 라이선스 초연은 비영어권 최초, 아시아 최초다. 주요 배우들이 노래와 춤, 연기는 물론 라이브로 악기 연주까지 하며 색다른 무대를 선사할 예정으로, 주인공 '남자'역엔 YB의 윤도현과 배우 이창희, '여자' 역엔 배우 전미도와 박지연이 캐스팅됐다. 뮤지컬 원스의 한국 제작을 맡은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는 25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연습과정을 보면서 배우가 연주와 노래, 연기를 모두 해야 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뮤지컬을 한국에서도 잘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흥행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12월 초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지난 2011년 국내 초연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조로'는 리부트(시리즈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것) 작품으로 관객을 찾아온다. 원작이 귀족 신분을 숨긴 채 서민 편에 서서 악당들을 응징하는 조로의 모험담을 그렸다면, 이번 리부트 작품에서는 야망가 라몬에 의해 죽을 위기에 처했던 조로가 집시여인 이네즈의 도움으로 살아난 뒤 복수를 해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신화를 썼던 왕용범 연출-이성준 음악감독이 다시 만난 가운데, 조로 역에는 김우형, 휘성, 샤이니 키, 비스트 양요섭이 캐스팅됐다. 8월 27일부터 10월 26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