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로비공개법 도입하자

모르기는 해도 론스타 본사의 고위층들은 한국이 로비 활동을 하기에 참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미국에서는 모든 로비 활동을 법에 따라 신고해야 하고 신고한 내용은 모두 공개된다. 그래서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앞두고 한국 정부와 벌이고 있던 조세분쟁을 유리하게 해결하고자 미국 의회와 정부에 한 로비 활동이 우리 언론에까지 다 알려지지 않았던가. 그것도 자신들이 의회에 제출한 로비보고서를 통해서 말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어떤가. 로비 활동을 신고할 의무가 없다. 그러니 공개될 일도 없고 운이 좋으면(?) 아주 없던 일로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나중에 설혹 문제가 생겨도 신고하지 않은 것 자체는 전혀 죄가 되지 않는다. 뒷북치기식 의혹 되풀이 검찰 수사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경우처럼 3년 전에 행해졌던 로비 행위의 흔적이 지금까지 얼마나 남아 있었겠는가. 게다가 론스타 본사 인사들은 조사도 할 수 없었다. 검찰이 로비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했던 인사의 구속영장이 몇 차례나 기각되는 상황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지금도 외환은행건뿐 아니라 여러 건의 로비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제기되는 로비 의혹에는 일정한 진행 과정이 있다. 처음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정책이 결정되고 당연히 그 결정에 의해 정책이 집행된다. 그러다가 몇 년이 지난 후 어떤 계기로 로비 의혹이 사회적 이슈가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과정이 마치 정해진 코스처럼 이어진다. 도박게이트는 한술 더 뜬다. 그나마 외환은행건은 행정부의 정책 결정과 관련된 의혹인 데 비해 이 건은 입법부ㆍ행정부, 그리고 산하관련기관들까지 포함하는 전방위적 로비 의혹 사건으로 지목받고 있다. 시간적으로는 참여정부뿐만 아니라 저 멀리 DJ정부에서 이뤄진 정책 결정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현 시스템하에서는 이 같은 뒷북 치기식 로비 의혹 제기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로비 행위가 전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비공개로 인한 부작용이 부패를 조장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환은행의 경우에서 보듯이 투명하지 못한 정책 결정 과정이 결과적으로 엄청난 국가자원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손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뒤늦은 문제 제기로 인한 사회적 혼란, 정책결정권자들에 대한 불신 증대, 검찰력 등 국가 공권력의 소진 등 이중, 삼중의 사회적 대가를 치러야 하는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로비 의혹이 뒤늦게라도 사실로 밝혀지면 관련자들은 처벌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인가. 이미 이뤄진 잘못된 결정은 돌이킬 수 없다. 그로 인한 그동안의 모든 손실은 누가 책임지는가. 결국은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대형 로비 의혹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제기되는 ‘로비공개법’의 제정은 부패 방지만이 아니라 사회적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도 이제는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법제정해 국가 손실 막아야 로비스트는 등록을 해야 함은 물론 그들의 고객은 누구인지, 고객을 위해 누구를 만나 무슨 일을 했는지 모두 신고하도록 해야 한다. 등록하지 않거나 신고하지 않는 행위 그 자체가 위법이 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음성적 정치자금을 막기 위해 정치자금을 공개하듯이 음성적 영향력 행사를 막기 위해서 로비 행위도 모두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필요성을 인식해서인지 최근에는 국회뿐 아니라 행정부에서도 입법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에는 일회성 논의로 그치지 말고 구체적 결실로 이어졌으면 한다.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은 채 뒷북만 치는 일을 계속 반복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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