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예산 운용과 관련, 국민에게 폭넓은 감시와 소송 기능을 줘야 한다.” “무리한 감사 및 소송제 추진은 국가업무를 해칠 수 있다.”
국가기관 등의 위법한 예산집행에 대해 국민이 자기 이익의 침해 여부와 관계없이 소송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국민소송제 추진을 놓고 19일 공청회가 열렸지만 도입 방법 및 내용에 있어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섰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ㆍ위원장 한승헌)는 이날 서울 종로구 중학동 송현클럽 대강당에서 정부부처ㆍ법조계ㆍ학계ㆍ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소송제 도입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국민에 의한 국가예산 감시라는 입법 취지에는 모두 공감했지만 개별법 입법추진 여부, 소송 전 감사청구 의무화 여부 등 각론에 있어서는 첨예한 이견을 드러냈다.
학계 및 시민단체는 대부분 국민소송 요건을 완화해 국민의 감시기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선정원 명지대 교수는 “재정 운용의 비효율성과 운용주체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며 “국민소송이 특정 부처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의 위법한 재무회계를 방지하는 장치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단행법 형식으로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남소 방지를 위해 소송 전 감사청구를 의무화하고 청구 후 60일을 기다리도록 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국민의 소송권리를 강화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소송남발로 국가업무가 마비되는 지경에 처할 수 있다며 소송 요건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반론을 폈다. 김성태 보건복지부 사무관은 “국민소송법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세부 시안에서는 업무부담이 있을 수 있어 보험료 부과ㆍ징수 행위 등을 제외하는 등 적절한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금ㆍ건강보험료 부과금액이 많다는 등의 사유로 감사청구나 소송을 제기하면 업무 자체가 중지될 우려가 있다”며 “중대한 손해를 예방해야 할 긴급한 필요의 개념도 모호해 소송을 할 수 있는 범위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하승수 변호사는 이에 대해 “국민감사청구 대상에서 제외하는 사유의 의미가 불분명해 감사청구를 자의적으로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