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는 항류(港流)ㆍ일류(日流)처럼 한국 유행 문화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유행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뜻이 담겼다. 그러나 한류는 드라마와 영화ㆍ음악을 넘어 패션ㆍ음식ㆍ관광, 더 나아가 'MADE IN KOREA(한국산 제품)'로 확산 중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한류가 지속성을 가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다.
최근 한국경영학회 등이 주최한 '한류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세미나'에서 이건창 성균관대 교수는 "한류가 50년 지속되면 경제적 가치는 2,166억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238조원에 이를 것"으로 주장했다. 또 지난해 진행된 조사에서는 "한류의 생산 유발 효과 12조원, 고용 유발 효과 6만7,000명"으로 추정했다. 한류가 단순한 대중문화 현상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의미 있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숫자들이다.
그렇다면 경제적 가치가 큰 한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각 주체들의 창의성과 의지가 중요하다. 거기다 사업적으로 뒷받침할 산업자본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가능성 있는 분야에 자본이 투자되면 시장이 커지고 수익을 내는 과정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초기 한류의 근간을 이룬 드라마와 영화ㆍ음악의 성공은 우수한 인적 자원의 재능과 노력으로 가능했다. 하지만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산업자본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 한류를 한때의 가벼운 유행으로 끝낼 순 없다. 아시아의 주류 문화로 키워야 한다. 한류는 한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품은 매력적인 산업으로 반도체나 자동차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췄다.
이미 개별 음반 기획사들의 노력으로 아시아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만약 규모가 큰 자본과 손을 잡고 MTV아시아를 능가할 K팝 음악 채널을 선보인다면 사업적으로 더 큰 성공도 가능하다. 게임처럼 언어의 장벽이 없는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국내 한 회사가 미국 메이저 애니메이션과 공동으로 '리듬 앤 휴즈'를 3,000만달러에 사려고 했다. 글로벌 제작ㆍ유통 노하우에 우리의 스토리를 접목해 중국과 아시아의 3차원(3D) 애니메이션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전략이었다.
1990년대 중반 케이블 도입과 함께 삼성ㆍ현대ㆍ대우 등 대기업이 영상사업에 뛰어들었다. 불행히도 꽃을 피우기 전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철수했다. 당시 삼성영상사업단의 비전은 '2003년까지 세계 10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였다. 지금의 한류와 삼성의 '월드 베스트' DNA를 감안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비전이었다. 철수만 안 했다면 삼성그룹 내 콘텐츠 사업과의 시너지는 물론 한류도 더 퍼지고 굳건해졌을 것이란 생각에 안타깝다.
한류는 얼마든지 확장 가능하고 수익성이 큰 비즈니스 영역이다. 산업자본의 적극적인 참여로 대한민국의 격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문화산업으로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