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밸리에는 벤처의 무덤이 수두룩하다. 한 때 이들 기업의 간판들이 이 지역 빌딩가를 점령하다 시피 했던 걸 생각하면 참으로 변화가 무상하다. 비즈니스 세계란 수많은 기업이 탄생하고 수많은 기업이 사라지는 정글과도 같다고 하지만 벤처의 경우는 허망감이 있다. 뻥튀기 주가를 쫓았던 투자자들의 백일몽이 아니더라도 그 찬란한 집중조명이 무색할 만큼 숱한 회사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너무도 그 생명주기가 짧은 게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나는 그 동안 많은 벤처 기업가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의 꿈들은 결코 헛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서비스나 제품도 상품성이 낮지 않았다. 일반 기업들의 공통된 도산 이유인 자금문제도 아니었다. 오히려 초기 대약진 시대에는 투자자들의 출자 경쟁이 치열할 정도였다. 발행주가에 얹은 엄청난 프리미엄은 그들의 금고와 지갑사정을 풍성하게 했다. 벤처는 곧 성공의 보증수표요 벤처 사업가는 새로운 세력가처럼 보였다. 일반 기업도 이 시류에 편승하여 회사 이름까지 무슨 '텍'이니 '컴'이니 '텔'이니 하고 영문의 꼬리를 붙여 주가를 통한 자본 이득을 챙길 정도였다. 그리고는 '꽝'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주식 값이 깨져서 그렇게 되었다고 만 볼 수 없는 무엇이 있을 것 같다. Y사장은 외국에서 화학을 전공했던 여성이다. 그가 착안한 것은 유아용품이다. 특수 젖병과 유아용 카 시트다. 모두 발명특허를 받아 놓고 있고 상품의 성능시험도 성공했다. 출자지원 등 2억 원을 모아 E라는 회사를 차렸다. 거액 투자를 필요로 하는 생산 공장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중국에서 해결했다. 임금만 해도 그 쪽은 한국의 3분의 1수준. 싼 코스트로 얼마든지 경쟁상품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고전이다. 마케팅 때문이다. C군은 재벌회사에서 팀장까지 지낸 공학도. 선후배들이 모여 건축과 위생을 융합시킨 두 가지 제품을 개발하여 역시 특허를 얻고 회사 간판을 걸었다. 외국의 식품 전문 회사들이 관심을 둘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런데 역시 고전이다. 마케팅에 목이 걸려있다. 기술적 융합에는 성공했지만 제품과 마케팅이라는 경영융합에서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황량한 바람이 부는 이 업계에는 '기업 낭인들'이 오늘도 늘어나고 있다. 아직 이 거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한 낭인은 이렇게 말한다. "그 많던 '엔젤들'은 어디로 갔는가" 본인은 엔젤 투자가들을 말하는 지 모르나 진짜 엔젤은 마케팅에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천사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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