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내수시장에 내놓을 아반떼 디젤 모델이 수입차의 대항마로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객층이 달라 수입차 고객을 흡수하기보다는 기존 국산차 고객이 옮겨가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크다. 오히려 국내에도 차급이 올라갈수록 디젤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쏘나타 등의 중형급 이상 디젤 라인업 추가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현대ㆍ기아차에 따르면 프라이드 디젤 모델이 1ㆍ4분기 중 출시되고 아반떼 디젤은 올해 하반기 2014년형 모델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르면 연내 K3도 디젤 라인업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선보일 예정인 프라이드 디젤은 1.4리터 엔진을 장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프라이드(현지명 리오)에 이미 적용돼 있다. 국내에는 수동변속기와의 조합으로만 우선 출시될 예정이다. 유럽 기준으로 리터당 25㎞에 육박하는 연비를 발휘한다.
아반떼 디젤은 액센트 디젤처럼 1.6리터 디젤 엔진으로 선보일 예정인데 아반떼(소형)와 액센트(준중형)의 차급이 달라 간섭효과가 적다는 분석이다. 아반떼와 동급인 K3에 디젤차량이 추가된다면 같은 엔진이 장착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ㆍ기아차는 프라이드 디젤은 상반기 출시되는 폭스바겐 폴로와 경쟁이 가능하고 아반떼는 2,000㏄급의 독일을 비롯한 유럽 디젤차량의 라이벌로 맞불을 놓을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현대ㆍ기아차의 이 같은 전략에 대해 회의적이다. 경쟁 모델로 삼는 수입차와의 가격 차가 커서 고객을 흡수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프라이드는 동급 엔진을 장착한 디젤 수입차와 최소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나고 아반떼는 최고 두 대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디젤 엔진을 장착한다고 해서 경쟁 모델로 보기는 힘들다"며 "고객들은 수입차의 디자인이나 감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선택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대ㆍ기아차가 수입차와 디젤 모델로 본격적인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쏘나타나 K5 등의 중형급 모델 이상에서 디젤 라인업이 추가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의 수요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ㆍ기아차의 디젤 모델 판매는 전년 대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주목할 점은 차급이 커질수록 가솔린보다 디젤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액센트는 디젤 모델 판매량이 2011년 17%에서 지난해 32.4%로 올랐고 i30는 15%에서 51.9%까지 증가했다. 가장 큰 차급의 i40는 지난해 63%가 디젤로 팔렸다. 수입차들도 최고급 플래그십 모델의 디젤 판매량이 적지 않다.
국산 디젤 모델이 없어 수입차 디젤을 선택하면서 수입 디젤차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K5는 디젤 엔진을 장착하고 수출되는 만큼 언제든 출시도 가능한 상황이다.
아반떼 디젤이 수입차의 벽을 넘긴 힘들지만 국산 디젤차 확대에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ㆍ기아차는 2005년 아반떼 디젤을 비롯해 베르나ㆍ쏘나타ㆍ클릭 등에 잇따라 디젤 라인업을 갖췄으나 가솔린 차량에 비해 판매량이 극히 저조해 단종됐다. 이후 디젤차량의 개발은 계속됐지만 대부분이 유럽 등으로 수출됐을 뿐이고 국내에는 일부 모델로만 판매돼왔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아직까지 중형급 이상의 디젤 차량을 내놓을 계획은 없다"면서도 "시장 수요에 따라 언제든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