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을 상대로 고금리 대출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냐. 어이가 없다.”
지난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금융기관의 금리동향 소식을 접하고 시화공단에서 전자부품 업체를 운영하는 L사 A사장이 내뱉은 말이다.
은행들이 선심 쓰듯 중소 대출경쟁을 하는 것 같지만 실제는 높은 금리를 받아내는 실리를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평균 금리는 연 6.12%로 전월 대비 0.08%포인트 올랐다. 이는 2004년 2월 연 6.14% 이후 2년3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다.
반면 대기업 대출금리는 연 5.32%로 한달 전보다 0.06%포인트 하락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대출금리 격차는 0.80%포인트로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 측은 “시중 은행들이 대출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신용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에 대출을 늘리면서 일시적으로 금리가 올라간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대출 문턱이 높아져 대출금리가 높아진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중소업계의 반응은 차갑다. 자금 사정이 취약한 중소기업 입장에서 높은 금리라도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아야 하는 현실을 아직도 금융 당국이 직시하지 못한다는 것.
A사장은 “은행들이 대출경쟁을 벌인다면 금리가 떨어져야 정상인데 오히려 중소기업을 대출위험도가 높은 고객으로 분류해 고금리 대출로 실속을 챙긴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금융 당국의 중소 대출 확대정책의 지표로 꼽힐 수 있는 산업은행의 경우,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 따르면 5월 말까지 신규자금 공급은 1조9,741억원을 집행, 32.9%의 달성률에 그쳐 애초 계획보다 10%가량 부족한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중소업계는 국책은행이라는 산업은행조차 중소 자금 지원이 줄어들 정도면 시중 은행들은 오죽하겠냐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을 하더라도 대출금리는 계속 높게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래서 시중 은행들이 ‘중기 지원’이라는 정부 정책을 따르는 듯하면서도 실상은 잇속 챙기기에 더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이를 어찌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