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콘셉트 내건 심야프로 즐기면서 욕하는건 모순"

선정성 논란 'tvNgels'의 정규훈 PD
섹시코드 소화하는스타 뽑자는게 목표… 여성시청률이 더 높고 즐겁게 보는 사람도 많아


지난달 30일 시즌2가 끝난 케이블 tvN의 간판 프로그램 ‘tvNgels’는 이른바 ‘섹시 컨셉’을 전면에 내세웠다. 출연 여성들이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속옷까지 거침없이 벗어 던지는 장면들은 화제와 거센 논란을 동시에 불러 일으켰다. 출연 여성들 중 일부는 이미 네티즌 사이에서 유명세를 치렀지만 일각에선 케이블TV의 선정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프로그램이라며 거센 비난을 퍼붓고 있다. 케이블 프로그램의 수위가 과연 어디까지냐를 두고 여전히 뜨거운 논란인 가운데 프로그램을 연출한 정규훈(사진) PD를 만났다. ▦최근 시즌2가 끝났는데. -지난해 선보인 시즌1보다 시청률이 세 배 정도 올랐다. 섹시라는 코드를 직접적이면서도 어떻게 거부감 없이 재밌게 포장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섹시함을 멋있게 소화할 수 있는 스타를 뽑아 보자는 게 목표였다. 대성공이라면 자만이겠고, 실패하진 않은 것 같다. ▦선정성이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는데. -우린 지상파가 아니다. 애초부터 타겟은 명확했다. ‘tvNgels’는 19세 미만 방영불가라는 마크를 달고 나간 케이블 밤 12시 프로그램이다. 온 가족이 거실에서 둘러앉아 보자고 만든 게 아니다. 출연 여성들이 단추를 푸르고 웨이브 춤을 추는 게 선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방송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출연 여성들은 프로그램의 뚜렷한 목표를 너무 잘 소화해 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열정과 프로그램에 임하는 태도를 단순히 어느 한 면만 부각시켜 저속하다고 몰아 붙일 수는 없다. 또 하나. tvN에서 ‘tvNgels’의 역할은 섹시 컨셉을 보여 주는 것이다. TV로 볼 때는 즐기면서 뒤에서 섹시한 걸 나쁘다고 말하는 건 모순이 아닐까. ▦UCC 사이트에서 인기가 폭발적이다. 시청자 게시판에서도 반응이 좋다. -재밌는 사실 하나가 있다. ‘tvNgels’ 시청률이 가장 높은 층이 20대 여성이다. 그 다음이 30대 여성이고 남성 시청률은 그 뒤다. 남성 시청자만 반응할 거라고 생각했던 건 제작진의 착각이었다.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우리 프로그램이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점이다. 선정적이기만 했다면 여성 시청자들에게 절대로 호응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프로그램이 야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분명 즐거워 하는 사람이 있다. 비판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문제는 방에서 즐겁게 보면서 나와서는 욕한다는 것이다. 밤 12시에 혼자 몰래 즐겁게 보는 사람들을 이해해 주면 안 되나? 그래서 우리 프로그램의 모토는 ‘음지’다. 너무 홍보되지 않고 조용히 즐겨주길 바란다. (웃음) ▦케이블만의 정체성을 말한다면. -방송 9년차다. 지난해 tvN에 오기 전까진 줄곧 (외주사에서) 지상파 프로그램만 제작했다. ‘뽀뽀뽀’도 만들어 봤다. 케이블에 처음 올 때만 해도 여유로운 마음을 먹었다. 정확히 석 달만에 그 생각을 버렸다. 이 곳은 지상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하고 템포가 빠르다. 제작하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변하고 대안까지 모색해야 한다. 케이블만의 생존 전략은 바로 일선 제작진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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