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우회적 자본확충 '시동'

금융공기업 5兆3,600억 증자' 예산안 확정
국책은행, 연기금과 펀드 조성 검토
내년 2월 시중은행 출자등 본격지원 예상


정부가 ‘세금투입으로 금융공기업 증자→금융공기업을 통한 은행 자본확충 지원’의 우회로를 통해 시중은행의 자본을 확충하는 데 시동을 걸게 됐다. 내년 초까지 산업은행 등 8대 금융공기업에 5조3,600억원의 증자를 단행하는 정부 예산안이 확정된 것이다. 은행권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져 중소기업 등 대출여력이 확대되고 부실채권 매매도 활성화해 신용경색 해소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세금으로 금융공기업 5조3,600억원 증자=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8대 국책금융기관은 총 5조3,600억원의 자본이 늘었다. 당초 정부는 3조6,100억원의 추가 출자를 계획했으나 신용경색이 심화되자 국회와 협의,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1조7,500억원을 더 늘렸다. 정부는 총 1조4,000억원을 산업은행에 추가로 출자한다. 연말 현금출자액은 9,000억원으로 당초보다 4,000억원 늘었다. 9,500억원의 추가 출자가 이뤄지는 수출입은행은 정부 계획보다 증자 규모가 3,000억원 증가했다. 기업은행은 당초 계획인 연말 5,000억원 현물출자, 내년 5,000억원 현금출자안이 유지됐다. BIS 비율 적정치 기준인 8%를 적용할 경우 은행 자본 1조원 확대는 최대 12조원의 신규 대출 여력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산은ㆍ기은ㆍ수출입은행은 증자로 약 40조원의 대출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내년 출자금도 당초 정부안이던 4,000억원, 1,000억원에서 각각 9,000억원, 2,000억원으로 늘었다. 신ㆍ기보에 대한 추가 출자금 1조1,000억원에 보증배수 10배를 적용하면 보증여력이 11조원 확대된다. 무역금융을 지원하는 수출보험공사의 기금 확대 규모도 정부안보다 500억원 증가한 3,100억원으로 확정됐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매입을 담당할 자산관리공사는 신규로 4,000억원의 증자안이 내년 예산에 반영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최대 4조원을 추가 조달할 수 있게 됐다. 내년부터 은행 담보대출의 만기연장을 보증할 주택금융공사도 2,000억원의 세금을 수혈받는다. ◇세금, 시중은행 자본확충 모태자금 역할=직접 지원형식의 공적자금 투입을 꺼려해온 정부는 세금투입으로 자본이 증대된 국책은행이 시중은행의 자본 확충을 지원하도록 할 계획이다. 금융공기업의 대규모 증자로 실탄 충전은 끝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산은과 수출입ㆍ기업은행 등이 시중은행에 직접 출자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책은행이 은행의 BIS비율을 높여줘 기업대출 활성화 등 금융기능이 부활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13개 시중은행에 권고한 기본자기자본 비율 9%를 기준으로 할 때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3조원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1조원 안팎, 9개 지방은행은 1,000억~5,000억원 수준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금감원 권고치에 미달한 은행에 대한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지원은 내년 1월 말 시중은행의 올 연말 기준 BIS 비율의 윤곽이 드러나는 만큼 내년 2월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확충 방안으로는 국책은행과 연기금 등이 펀드를 조성, 은행의 상환우선주 등을 매입하거나 산은이나 수출입은행이 한국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이 돈을 시중은행에 출자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