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금융감독 위원장이 16일 금산분리 원칙의 재검토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사실상 정부ㆍ여당의 분리원칙에 반기를 들고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이 같은 정부 책임자의 발언은 특히 국회가 두달만에 심의를 재개한 금융구조개선법(금산법) 처리 방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5%룰을 초과하는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처리 방향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금산분리 원칙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입장에 윤 위원장의 발언이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금산분리 원칙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여당 의원과의 설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윤 위원장은 “산업자본과 금융을 구분해서는 글로벌 시대에 적응하기 힘들다”며 “재경부 등 관계부처와 공식, 비공식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금융시장의 파수꾼으로서 고민도 많지만 시간이 걸리는 논의인 만큼 누군가 나서 지금부터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여당은 윤 위원장의 용퇴까지 거론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전병헌 열린우리당 의원은 “장관급인 금융정책 최고 당국자가 문제제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금융 시장은 당국자 한 마디에 영향을 받는데 정부내 협의 없이 간헐적으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올바르냐”고 따졌다.
전 의원은 “윤 위원장이 현 정부의 내부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자리를 버리고 나와서 문제제기를 하는 게 옳지 않느냐”고도 했다.
사실상 “딴 소리 할 거면 나가라”는 여당 요구에 윤 위원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행정부 안에서도 개인적, 공식적으로 견해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도 당장 이뤄지는 일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공론화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했다.
거꾸로 야당 의원들은 윤 위원장 엄호에 나섰다.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은 “지적 오만함에 빠진 현 정부에서는 듣기 힘든 말을 윤 위원장이 했다”고 추켜세웠다.
이승희 민주당 의원도 “윤 위원장의 용기에 치하 드린다”며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금산분리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앞으로도 금산 분리 재검토 주장이 현실화되도록 공론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윤 위원장의 금산분리 반대 행보는 지난 9일에 이어 두 번째다.
그는 “금산 분리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국회 및 재경부와 이 문제를 놓고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직후 한덕수 부총리 등이 “금산분리 원칙에 변함이 없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