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차한잔] 주상길 제주항공 사장

"2년내 항공여객 점유율 10%대로"
6월 첫 취항 2008년부터 전국노선 확장 추진
가격 경쟁력서 앞서 3년후엔 흑자달성도 가능
탑승률 80%이상·5년내 500억원대 매출 기대




“앞으로 2년 안에 국내 항공여객시장의 점유율을 10%대까지 끌어올리겠습니다.” 오는 6월 첫 취항을 앞둔 제주항공의 주상길(사진) 사장은 세번째 민간항공사로 출범하는 만큼 가격 경쟁력과 서비스 정신으로 고객층을 파고들겠다며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주 사장은 또 “출범한 지 3년째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여객기 서비스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뒤 2008년부터 추가로 전국적인 노선확장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일단 국내선에 초점을 맞춰 단계적으로 노선을 확대해 전국적인 여객항공사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주 사장은 이를 위해 “올 6~10월 중 취항개시가 완료되는 김포~제주ㆍ김해ㆍ양양 및 제주~김해 노선 이외에도 2008년 이후부터 김포~여수와 청주~제주 노선 등 여객수요가 많은 수익 노선들을 추가로 취항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이렇게 노선확충이 이뤄지면 초기 10% 이상의 내수시장 점유율 달성도 충분히 일궈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제주항공에는 이들 도시 이외에도 포항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항공노선 취항 요청이 몰려들고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주 사장이 이처럼 국내 전노선으로의 여객 서비스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국내 저가항공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기존 대형 항공사에 비해 70% 수준의 저렴한 요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어서 가격경쟁력을 갖춘데다 유지비가 적게 드는 터보프롭 방식의 소형 여객기(Dash8Q-400)를 운영하므로 대형 항공사가 수지를 맞추지 못하는 일부 지역 노선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주 사장은 한 예로 “김포~양양 노선은 하루 평균 70~80명씩의 수요가 있지만 대형 항공사들은 120인승 이상의 여객기를 투입하다 보니 적자를 봤다”며 “반면 제주항공은 연비가 적은 70인승 안팎의 터보프롭기를 쓰므로 양양 노선에서 이윤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선 저가 항공사의 설립이 가뜩이나 심화된 국내 노선시장에서의 가격경쟁을 더욱 부추겨 동반 부실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주 사장의 견해는 다르다. 그는 “저가 항공사의 전략은 기존 대형 항공사들의 승객을 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단순히 ‘기존의 파이’를 나눠먹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파이’를 만든다는 논리다. 주 사장은 “저가 항공사의 마케팅은 기본적으로 보다 저렴한 항공료를 받는 대신 비용증가의 요인이 되는 기내 서비스를 최소화하는 쪽에 맞춰져 있으므로 기존 대형 항공사와는 목표 고객층이 전혀 다르다”며 “따라서 저가 항공사가 국내 항공업계의 부실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은 설득력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항공료의 가격 수준뿐 아니라 가격 체계에서도 대형 항공사들과는 철저히 차별화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주 사장은 “기존 항공사들의 항공요금 체계는 노선별로 수십 가지씩 되고 또 다시 성수기ㆍ비수기에 따라 달라지는 등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지만 제주항공은 요금체계를 2~3가지로 단순 명료화시켜 가격정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없앨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사장은 최근 봄바디아사로부터 구매한 5대의 Dash8Q-400기가 5월 초부터 10월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므로 이르면 6월 중순부터 여객기 취항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주 사장은 “대형 항공사들의 국내선 평균 탑승률은 70%선이지만 제주항공은 80% 이상의 탑승률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연내에 초기 4개 노선 취항개시가 완료되면 내년부터는 연간 450억~500억원대의 안정적인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구나 최근에는 원화강세마저 이어져 항공기 인도를 앞두고 있는 제주항공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항공기 인수대금을 달러화로 결재하는 제주항공으로서는 원화강세가 비용절감의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주 사장은 “당초 달러당 원화 환율을 1005원대로 보고 비행기를 구매했었는데 최근 환율이 달러당 900원대 후반까지 떨어져 2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문제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특히 그가 신경을 쓰는 것은 충분한 예비 부품의 확보다. 제주항공보다 먼저 여객노선을 취항시켰던 저가 항공사인 한성항공이 지난해 예비 부품 부족으로 인한 운항차질 등으로 인해 취항을 중단함으로써 저가 항공사에 대한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기 때문이다. 주 사장은 원활한 항공기 보수ㆍ유지를 위해 대거 예비 부품들을 들여와 부품 재고율을 대형 항공사와 맞먹는 96~97%대까지 유지하게 됐다”며 “1,000만달러 이상을 초기 부품확보 자금으로 사용해 충분한 물량을 확보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발 빠른 항공기 정비가 가능하게 돼 운항차질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급 조종인력 확보 역시 주 사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다. 그는 “이미 조종인력으로 무사고 경력의 고급 인재 47명(기장ㆍ부기장)을 확보해 안전운항에는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애경그룹·제주도 합작 '정기항공사 3호'
편도기준 하루평균 50회 운항…요금, 일반 항공사의 70% 수준
'합리적 가격으로 항공여객시장의 대중화 시대를 연다.' 지난해 1월 설립된 제주항공은 애경그룹과 제주도가 합작투자로 운영하는 국내 3번째 정기항공사다. 당초 제주도가 국내 첫 지역항공사 설립을 목표로 사업 파트너를 공개 모집했고 이 과정에서 애경그룹이 참가해 총 자본금 200억원(애경 75%, 제주도 25% 출자)로 회사가 출범됐다. 이후 지난해 5월 봄바디아사의 Q-400을 주력기종으로 선정해 5대 구매계약을 맺었고 8월에는 정기항공 운송면허를 취득한 데 이어 9월에 제주항공으로 정식 상호(초기 상호는 제주에어)를 냈다. 초기 인력은 기장 27명과 부기장 22명, 객실승무원 40명, 정비사 50명을 포함해 총 230여명으로 구성됐다. 제주항공은 초기 '김포~제주'노선(6월 취항)과 '김포~김해'노선(7월 취항), '김포~양양'노선(〃), '제주~김해'노선(10월 취항) 등 4개 노선을 시작으로 점차 국내 노선망을 확충해간다는 계획이다. 하루 평균 운항횟수는 편도 기준으로 총 50회이며 노선별로는 ▦김포~제주 28회 ▦김포~김해 14회 ▦김포~양양 4회 ▦제주~김해 4회로 운항된다. 요금수준은 일반 항공사의 70% 수준으로 저렴하게 책정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인터넷 항공권 구매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등 비용절감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역항공사라는 특성을 최대한 살려 제주 지역 특산물의 판매에 나서는 것은 물론 현지 호텔 및 골프장 등과 연계해 요금할인 서비스 등을 실시해 기존 항공사들과는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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