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의 남성학] 열녀초와 정조대

열녀초(烈女草)라는 산나물이 있다. 오뉴월 보릿고개를 넘겨 준다 하여 부지기초로 불리기도 하는 이 풀은 사람 목소리만 들려도 잎을 닫아 숨어버리는데 억지로 찾아 강제로 입을 벌리면 스스로 죽어버린다 하여 열녀초라는 이름을 얻었다. 시대가 변해 이혼사유가 아내들의 부정으로 인한 원인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나 스포츠신문 등에 심심찮게 보도 되는 스캔들을 보면 나이 지긋한 사람들은 열녀초를 떠 올릴 것이다. 세상 모든 부부들이 열녀초와 같다면 무슨 문제가 있으랴. 그러나 성은 상대적이며 본능적이고 신체적인 것이라 뜻대로 되지 안는다. 특히 남성들이 15~25세 사이 최고의 오르가슴을 느끼는데 비해 여성들은 어느 정도 성을 터득한 30대 중반 이후 오르가슴을 느낀다. 그런데 이 시기는 대체로 남성들이 발기부전 등 성기능 장애를 겪기 시작하는 때이다. 남성들이 지는 해라면 여성들은 떠오르는 태양이라고 할까. 따라서 성적 만족도의 균형이 깨지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현명한 남성이라면 체력관리도 하고 전문의 도움을 받아 저하되는 성기능을 복원시켜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하지만 대부분 용기부족과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방치한다. 그러다가 결국 때늦은 후회를 하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아내들의 부정을 막기 위해 남성들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 시기는 십자군 전쟁 때일 것이다. 11세기말부터 13세기 후반까지 중세 서유럽 국가들이 예루살렘을 이슬람교도로부터 다시 되찾기 위해 7차례나 원정대를 파견했다. 원정에 나서기 전 십자군 병사들은 자기 아내나 애인이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정조대를 채워 놓은 다음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 먼 길을 떠났다. 정조대는 T자형 백처럼 되어 있는 금속제 벨트였다. 금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었으나 주로 은제품이 많았다. 피부에 닿는 부분은 천으로 감싸져 있었다. 여자의 성기에 바짝 밀착되도록 고안되었으며, 소변을 보낼 수 있는 조그만 구멍이 하나 뚫려져 있었는데 그곳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지 못하도록 구멍 주위를 톱니 모양으로 깎았다. 그런데도 바람 끼 많은 여자는 이에 상관하지 않고 대장간으로 달려가 열쇠를 만들어 정조대를 벗어 던지고 딴 남자의 품에 안겨 몰래 정욕을 불태우곤 했다. 여성의 부정을 막는 최선의 길은 원만한 부부생활 뿐이다. <퍼스트비뇨기과원장 drkim@drim2u.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